[사설]

한국교통대 캠퍼스 전경
한국교통대 캠퍼스 전경

한국교통대학교 교수들이 총장 직무대행을 불신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대학은 박준훈 전 총장이 지난 6월 임기 만료로 총장에서 물러난 뒤 아직까지 차기 총장선거를 치르지 못해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불신임의 발단은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정기만 교무처장이 교수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박준훈 전 총장을 명예총장으로 임명한데서 비롯됐다.

명예총장으로 임명된 박 전 총장은 교통대의 총장 부재상황을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다.

자신의 임기 중 총장선거 구성비율을 놓고 교원과 직원, 학생 간 심한 갈등을 겪었지만 박 전 총장은 중재에 미온적이었다.

동문회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주문했지만 그는 오히려 수수방관하는 자세를 보였다.

결국 자신의 임기가 끝나도록 차기 총장 선거를 치르지 못해 총장 부재상황을 초래했고 정기만 교무처장을 총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일부 구성원들은 박 전 총장이 자신의 임기 후를 고려해 고의로 중재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그동안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박 전 총장과 정 처장은 마치 사전에 잘 계획된 의도대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정 처장이 박 전 총장의 최측근 인사라는 사실은 이 대학 웬만한 사람들은 잘 알고있다.

박 전 총장은 올초 자신 임기가 불과 수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인사를 통해 정 처장을 교무처장으로 발탁했다.

후임 총장의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흔치 않은 일이다.

결국 박 전 총장의 임기가 끝나면서 정 처장이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이어 그는 자신을 대행으로 임명해준 박 전 총장을 명예총장으로 추대했다.

두 사람이 서로 직책을 주거니 받거니하는 대단히 부적절한 상황이 이뤄졌다.

특히 정 처장은 박 전 총장을 명예총장을 추대하기로 하면서 명예총장 국제교류 활동비 명목으로 3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어 교내에 '다목적실'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사실상 명예총장 집무실도 만들었다.

박 전 총장은 이달 정년 퇴임하지만 명예총장으로 임명되면 2024년 7월까지 명예총장 직을 수행할 수 있다.

둘은 자신들에게 쏠리는 의심의 눈초리에 대해 부인하겠지만 우리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두 사람은 이번 행위에 대해 과연 학자적 양심과 명예를 걸고 떳떳하다고 맹세할 수 있는가.

대학을 위한 고육지책의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사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의도한 행위였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볼 일이다.

만약 후자였다면 상아탑의 존재마저 부정하게 만드는 꼴사나운 일이다.

이 대학은 다음달 중순까지 총장을 선출하지 못할 경우, 교육부 차원에서 관선총장을 파견할 수도 있다.

교통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검사 출신 총장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얘기까지 나오고있다.

결국 대학의 운명은 구성원들 스스로 결정하는 수 밖에 없다.

교통대 구성원들은 그들의 미래를 위해 양보와 타협으로 새 총장 선출에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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