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 년 역사·문화·교육, 시민과 함께 향유하다

[중부매일 표윤지 기자]연기향교는 1997년 12월 23일 충청남도 기념물 제123호로 지정됐다. 2012년 세종시로 편입돼 해제됐다가 같은 해 12월 31일 세종시 문화재 제6호로 지정됐다. 연기리 당산성 서남쪽에 남향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조선시대인 1416년(태종16) 무렵 창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향교는 원래 연기군 서쪽 끝에 위치하다 1647년(인조25)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고 전해진다.

연기향교는 지역 공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전통교육 기능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문화재청 지원사업인 살아숨쉬는 향교 활성화 및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사업의 유교 아카데미 교육, 세종시 평생교육원 집현전 강좌 등을 통해 시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7일 진행된 향교의 사계, 여름 축제인 '메밀꽃마실'은 전반기, 다문화 가정 추석특집으로 구성돼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었으며 후반기 '時 음악회'에서는 한음오페라단이 참여한 김소월·윤동주 시인의 시를 재해석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세종시의 초석인 연기군을 품은 연기향교의 역사와 이번에 진행된 사계 여름 축제인 '메밀꽃마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연기향교의 유래와 역사

향교의 유래를 살펴보면 조선사회는 유교이념을 치국(治國)의 원리로 삼는 유교중심 사회였기 때문에 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의 설립과 그 효과적인 운영을 중시했다. 향교의 각종 의례는 이런 국가의 현실적인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래 향교는 후학(後學)에 대한 교육과 선현(先賢)에 대한 제사라는 두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공자를 비롯한 역대 유현들의 위패를 봉안하고, 이들의 제사를 지내는 것이 기본적인 기능이었다.

향교는 조선시대 지방유학을 진흥하고 사자를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이래, 근대적 교육기관이 들어서기까지 관학교육기관으로서 그 기능과 역할을 주도했다. 연기향교도 이에 따라 조선 초에 창건됐다.

향교는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에 따라 탄압을 받아 그 기능이 주춤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당한 간섭과 감시 속에서도 꾸준히 자치적인 기능을 발휘해 해방직후 전국의 유림대표 2천500여 명이 성균관 명륜당에 모여 유도회총본부를 개최했다.

연기향교도 유도회총본부 지침에 따라, 1947년 홍정협 초대 전교에 이어 현재 37대인 임만수 전교가 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1986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된 석전대제(釋奠大祭)를 통해 공자(孔子)를 비롯한 27명의 선성(先聖)과 선현(先賢)을 기리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석전대제는 공자를 포함한 안자, 증자, 자사, 맹자 5성(五星)과 성리학자 정이, 정호, 주희, 주돈이 4현(四賢) 그리고 설총, 최치원, 정몽주, 조광조, 이황, 이이, 송시열을 비롯한 우리나라 18현(賢) 등 27위를 기리는 제사다.
 

'효'를 기반으로 한 다문화가정 추석체험

다문화가정 추석체험은 이번 연기사계 여름 축제인 '메밀꽃마실'의 전반기 프로그램이다. 다문화가정 부모와 아이들에게 추석문화를 체험케 하고 한국의 '효'사상을 알려주기 위해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임만수 전교의 추석 명절 유래 및 의미를 주제로 한 이론 교육을 시작으로 ▷차례상 키트로 차례상 차림 배워보기 ▷효도부채 만들기 ▷선물포장 보자기아트 ▷한복입어보기 및 절하기 ▷송편만들기 ▷꼬마유생 장구연습 등으로 구성됐다.

명륜당에서 진행된 이론교육을 통해 임만수 전교는 "우리 전통 윤리문화인 '효'를 바탕으로 어른에게 예의 바르고, 공경할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효와 예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들은 자리를 이동해 야외 체험부스로 나가 최병호 강사의 교육을 듣고 차례상 키트와 효도부채 만들기를 체험했다. 손을 직접 움직이는 활동적인 놀이라 다들 집중하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차례상 차림 키트를 체험한 어린이 A군에게 소감을 묻자 "집에서 제사는 지내지 않아 처음 경험해본다. 책에서만 봤던 차례상 차림을 직접 체험해보니 신기하다"며 "다음에 접하게 된다면 낯설지 않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한복 입어보기와 절하기 실습에서는 남아는 옥색 두루마기를 입고, 여아는 당의저고리와 치마를 입었다. 한복을 처음 입어보는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학부모가 있어 진행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옷입기가 진행됐다. 다들 고운 자태의 한복을 기념하려는 듯 사진찍기에 신이 나 보였다.

일본인 학부모 B씨는 "한복은 입을 때 마다 기분이 좋다. 추석명절 때 딸아이와 한복을 입는데, 이번에 선생님이 입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줘 이번 명절엔 직접 입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짓으며 얘기했다.

이어 다음 체험에선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익반죽을 주므르며 송편을 만들었다. 솔잎 위에 하얀 반죽이 아이들의 손을 타고 하트, 동그라미, 만두 등 각기 다른 모양으로 빚어졌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현미 한음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효(孝)'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나라마다 문화가 다른 결혼이민자와 가족으로 맞이하는 부모님에게는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획 당시 의도를 밝혔다.
 

김소월·윤동주 시인의 시를 재해석한 한음오페라단의 '時음악회'

저녁엔 후반기 프로그램인 1부 행사 꼬마유생의 장구시연과 타악그룹 판타지의 사물놀이가 끝나고, 2부 행사인 한음오페란단의 '時음악회'가 진행됐다.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시인 김소월과 윤동주의 명시들을 재해석한 공연으로, 임헌량 한음오페라단 단장이 예술감독을 맡아 무대를 꾸렸다. 박은주 세종우리문화예술연구회 이사장이 사회를 봤으며, 피아노에는 박현숙, 바이올린은 류리나·유연주, 첼로는 조여진 첼리스트가 연주했다. 성악가로는 최윤정·김정원 소프라노, 김래주 테너, 고성현 바리톤, 박광우·양인준 테너가 선율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총 16곡 노래를 선보였으며, 김소월 시인의 ▷산 ▷비단안개 ▷접동새 ▷금잔디 ▷산유화▷못잊어 ▷진달래꽃 ▷엄마야 누나야와 윤동주 시인의 ▷별헤는 밤 ▷서시 ▷무서운 시간 ▷편지 가 이에 해당됐다. 이 중 '못잊어'와 '진달래꽃', '엄마야 누나야'는 각기 다른 작곡가와 성악가의 버전으로 2회 내지 3회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해질무렵 시작된 공연은 어느덧 칠흑같은 어둠으로 변해, 반짝이는 조명 아래 서로를 빛내며 막을 내렸다. 이날 공연에는 세종시 최교진교육감, 이순열·윤지성 시의원과 1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음악회를 감상한 세종시민 C씨는 "평소에 잘 아는 대중적인 시들이 노래로 탈바꿈해 이색적이었다. 음정은 알지 못했지만 가사는 익숙해 따라부르는 자신의 모습이 재밌었다"며 "오페라는 마냥 어려운 장르라 인식했는데 이번 기회에 친숙해져 좋았다"고 말하면서 공연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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