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생활의 발견 '드라이 플라워'

▲ 말린 수국

겨울과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꽃이 최근 오감을 유혹하는 집안 가꾸기 소재로 인기를 더하고 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꽃과 각종 기능성 식물 가꾸기, 드라이 플라워 만들기까지 관심 영역도 넓어졌다. 우리 삶에서 꽃이 갖는 의미와 간단한 화분가꾸기, 꽃을 활용한 생활의 센스까지 ‘바이올렛 플라워 앤 가든’(플로리스트 이춘화)이 제안하는 향기 있는 겨울 정원 만들기를 따라가 본다.

▶꽃과 생활의 발견

꽃이 집안으로 들어와 활용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생활의 일부 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근거는 많다.

우리 조상들은 꽃과 나무의 상태에서 기후 변화를 예측했다.

시계가 없던 시절, 분꽃은 저녁 준비를 알리는 알람 역할을 했다. 어느 집이나 장독대 주변에 몇 포기씩은 심어놓은 분꽃은 오후 4시께만 되면 구름이 끼어 시간조차 분간할 수 없을 때에도 꽃을 피워 시간을 알렸다.

농사철엔 목련이 피면 못자리를 시작하고 지면 파종을 했으며, 살구 꽃이 필 때면 곡식의 씨앗을 뿌렸다.

꽃이 곧 생활의 발견이었다.

지금이야 ‘꽃말’이라는 말이 일반화 됐지만 과거에는 ‘화사’라 해서 꽃을 통해 은밀한 마음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조선시대 최고 풍류시인인 임제는 화사(花史)라는 고전 소설에서 꽃을 의인화해 나라의 흥망성쇠 역사를 풍자하기도 했다. 우리 꽃에도 서양의 꽃말 못지 않은 역사성이 깃들어 있다.

▶시들지 않는 ‘드라이 플라워’

주변에서 ‘길어야 일주일 보기 좋은 꽃을 무엇하러 돈주고 사냐’는 핀잔을 한다면 ‘모르는 소리, 시들지 않는 꽃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자. 잘 말린 꽃 한송이 향수 부럽지 않다.

최근 신선한 꽃을 골라 잘 말려 오랫동안 보고 즐기는 드라이 플라워가 인기다. 꽃이 핀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을 고르기 때문에 싱싱함이 살아 있어 조화로 착각하기도 한다.

드라이 플라워는 꽃잎의 색이 선명하고 잎과 줄기가 싱싱한 것을 골라야 한다. 또 꽃잎이 작고 얇으며 줄기가 가는 것이 적당하다. 국화와 같은 꽃은 적당히 꽃잎을 솎아 내야 하지만 수국은 그대로 말려도 좋다.

드라이 플라워는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서 자연스럽게 말리는 것이 가장 좋지만 제대로 말릴 자신이 없다면 전자레인지에 20초 정도 돌렸다가 거꾸로 말려도 된다.

유카리와 같은 그린 소재는 물 속에 담그지 말고 그대로 묶어놓던가 물기 없는 화병에 꽃아 두면 색과 향이 모두 살아 있다. 색깔있는 장미와 수국, 그린소재의 유카리나 열매, 보리 등 주로 가을에 접할 수 있는 꽃과 식물을 사용하면 겨울 내내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시들어 버린 장미 꽃잎은 투명하고 입이 넓은 유리병에 양초와 함께 띄우면 분위기 있는 실내 장식 소품이 된다.

◇선조들의 생활 지혜

▶감나무

열매와 상관없는 헛꽃이 많이 피면 그 해는 비가 많고, 잎이 빨리 떨어지면 눈이 빨리 온다고 믿었다. 또 잎이 떨어질때 뒤집혀서 떨어지는 게 많으면 눈이 많이 내리고 감이 일찌감치 빨갛게 물들면 첫눈이 빨리 온다는 징조로 생각했다. 감이 풍년이 들면 눈이 많이 오고 결실이 적으면 눈이 적게 오며 씨가 유난히 많으면 추위가 심하다고 여겼다.

▶꽃과 농사

보리꽃이 낮에 피면 비가 많이 내리고 진달래꽃이 한 해에 두 번 피면 가을 날씨가 따뜻해지며 매화꽃이 많이 피는 해는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매실이 많이 달리는 해는 논농사가 잘되며 매화꽃과 생강나무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이고 띄엄띄엄 피면 흉년이 든다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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