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수 개인전 17일까지 갤러리 홍

동양화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재료를 이용해 전통의 느낌을 살린 독특한 전시회가 화제다.

오는 17일까지 갤러리 홍에서 열리는 한국화가 정상수(33)씨의 세번째 개인전으로, 이달초 서울 갤러리타블로에서 가졌던 귀국전시의 일부 작품을 전시하는 자리다.

현재 중국 북경 중앙미술학원의 국화과 종합 재료반 석사 연구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정씨는 이번 전시에서 3년여간의 중국 유학길에서 배우고 익힌 새로운 화법의 실험적인 동양화를 선보인다.

먹을 사용하지 않고 은박과 금박에 열을 가해 그것의 부식을 통해 먹색의 효과를 얻는가하면 화선지에 수묵으로 인물을 그리고 그 위에 조개껍질을 갈아 만든 호분과 인공석채를 결합시키며 전혀 새로운 방식의 동양화를 완성한다.

재료를 공부한 탓에 작가의 작업은 동양화와 서양화, 조소의 구분이 따로 없다. ‘작품의 본질이나 생각 자체가 동양화적이면 재료는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는 최근 동양화 흐름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전시 작품에선 정씨의 중국 유학생활과 마음가짐도 엿볼 수 있다. 새벽 1시는 되어야 집으로 돌아가는 고된 학업 과정에서 그를 반기는 것은 거리의 가로등과 고양이 뿐이었는데 이러한 거리의 인상이 작품으로 남았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상(印象) 하화(荷花)’는 중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연꽃에 이 나라에 대한 인상을 담고 있다.또한 진시황의 무덤에서 발견된 ‘벽마용’의 청동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황동박에 열을 가해 청동색을 유도해 냈다.

합판에 핸디코트를 엷게 발라 여체의 신비함을 수채화처럼 표현하고 중국 송나라 휘종의 작품 ‘조감(鳥瞰)’을 현대적으로 모사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전시장의 동선 끝에는 ‘관어해자난위수(觀於海者難爲水)’라는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대해를 보아온 눈에는 흔한 하천쯤은 물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설명의 이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겸손’을 강조하고 있다. 귀국전시회를 앞둔 110일 동안, 마음을 가다듬으며 수도자의 모습으로 하루하루 완성한 ‘일백십일(一百十一)’ 역시 작업에 임하는 작가의 진지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정씨는 충북대 미술교육과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내년 7월 졸업 후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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