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동 개인전 17일부터 26일까지 무심갤러리

문자와 그림의 경계를 넘나들며 문인화의 새로운 화법을 제시한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17일부터 26일까지 무심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이동(53)씨의 첫 개인전이 그것으로, 손바닥만한 크기의 동판에 악세사리 재료인 칠보 안료로 완성한 작품은 문자이면서 또한 그림으로 세상을 발언한다.

갑골문자의 탄생을 주목하고 착안된 기법은 역으로 문자에 자연형상을 담아내는 방법으로 온고지신의 정신을 잇는다. 거북이 모양의 거북 구(龜)와 물고기 모양의 어(魚) 등이 그렇다.

그런가하면 다 먹고 난 회접시 위의 생선 가시는 문자처럼 표현됐고, 다세대 주택과 포크레인은 쉽게 알아 볼 수 없는 문자의 형상을 하고 있다. 글자와 문자의 결합으로 혹은 문자화된 그림과 그림같은 문자로 현대의 문인화를 제시한 점이 새롭다.

이번 전시에선 모두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데, 전기가마가 갖는 한계로 인해 대부분의 작업은 소품 일색이며 또한 더 큰 작품도 작은 것의 조합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만큼은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수레 거(車)를 활용한 작품 ‘Motershow’는 자동차와 여성의 누운 모습을 결합시키며 상업주의와 성상품화를 꼬집고 이라크 팔루자 침공에 대해서는 차도르를 쓴 무슬림 여인의 모습을 전형적인 문인화 기법으로 표현하며 비판의 날을 세운다.

작가는 자신의 문인화가 “옛것을 끌어들이되 당대성을 갖고 있으며 또한 진보적인 의도로 기획됐다”’고 말했다. 그는 “의도한 것이 성공적으로 표현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최대한 단순화된 사물의 형상과 색채는 ‘극도로 단순화시킨 그림은 결국 문자와 맞닿는다’는 평소 작가의 지론에 의한 결과다. 대학에선 조소를 전공했지만 학교에서 돌을 다룰 수 없어 선택한 것이 유화와 아크릴 작업.

김씨는 언제부턴가 묵향이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문인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한지에서 동판으로 옮겨가고 또 소재를 탈피하면서 지금의 ‘유사 수묵화’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종환 시인의 작업공간으로 유명해진 충북 보은군 내북면 법주리의 구구산방이 그가 만든 작업실이다. 두 사람은 오랜기간 전교조 동지로 친분을 쌓았던 인연으로 현재 이 공간을 함께 쓰고 있다. 절친한 후배인 서양화가 손부남씨의 강권으로 첫 개인전을 계획한 이후 도예가 이승희씨가 조력자로 나서면서 전시회를 열게 됐다.

김씨는 “늦으막하니 개인전을 갖자니 멋쩍고 조심스럽기만 하다”며 “지금은 분실된 덕목인 문기(文氣)와 고졸(古拙)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작업 의도를 밝혔다.

김씨는 충북민족미술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율량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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