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현진스님 / 관음사 주지

夫初心之人은 須遠離惡友하고 親近賢善하야/ 受五戒十戒等하야 善知持犯開遮하라/ 但依金口聖言이언정 莫順庸流妄說이어다.

초심자는 반드시 좋지 않은 벗은 멀리하고 어질고 착한 이를 가까이 하며,오계와 십계 등 계를 받아서 잘 지키고 어기며,열고 닫을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오직 성인의 금쪽 같은 말씀만을 의지할 것이요,용렬한 이들의 망언은 따르지 말아야 하느니라.

처음 나오는 ‘夫’자는 ‘대저’의 뜻인데,문어(文語)에서 평문(平文) 첫머리에 놓는 글자이다.옛 스님들은 항상 이 글자가 첫머리에 놓이면 ‘대저∼’하고 해석을 한다. 굳이 해석하면 강조하는 의미의 ‘무릇’ 정도이다.

‘초심지인’은 초심자를 말한다.도를 닦겠다고 마음을 일으킨 사람을 뜻한다.쉽게 말해 명예와 욕심이 기준이 아니라 깨달음이 기준이고 목적이 된 사람이다 ‘마음 찾는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은 모두 ‘초발심자’이다.

‘須’자는 조건을 나타내는 부사로서, 반드시 또는 모름지기의 뜻이다.‘遠離’는 멀리 떨어진다는 뜻. ‘惡友’는 나쁜 이를 말한다.이 악우의 반대말이 ‘善友’인데,흔히 선지식이라고 이른다.예전에 해인사 율원에 사시던 종진 노스님은 이 ‘악우’를 ‘악지식(惡知識)’이라고 풀이했다.적절한 해석인 것 같다.나쁜 친구도 알고 보면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세상에는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이처럼 두 가지가 있는 셈이다.

‘賢善’은 악우의 반대말이다.바로 선지식을 뜻하는 것이다.그래서 나쁜 벗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은 주지만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고,어질고 착한 이는 가까이서 배우고 그 가르침을 익혀야 한다는 뜻이다.우선,이러한 생활을 하려면 계율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계와 십계를 기본으로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오계는 신도들이,십계는 막 출가한 사미들이 지키는 계율이다.오계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모든 생명을 사랑하겠다는 뜻의 불살생(不殺生),남에게 많이 베푼다는 의미의 불투도(不偸盜),순결을 지키라는 불사음(不邪淫),거짓말을 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불망어(不忘語),그리고 맑은 정신으로 살겠다는 불음주(不飮酒)로,여기에 다섯가지를 더 합하면 십계가 된다.

여섯째는 꽃다발을 쓰거나 향을 바르지 말라. 일곱째는 노래하고 춤추거나 풍류를 즐기지 말라.여덟째는 높고 넓은 큰 평상에 앉지 말라.아홉째는 때가 아닌 때에 먹지 말라.열 번째는 금,은 등을 모으지 말라이다.참고로 사미는 10계이고,비구는 250계,비구니는 348계이다.

善知持犯開遮라는 본문에서 ‘善’은 착하다의 의미가 아닌 ‘잘’의 의미이다.‘지범개차’는 지키고,범하고,열고,닫는 일을 말한다.계율을 수지함에 있어,그 활용을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이것을 일러 개차법(開遮法)이라고 한다.

마지막 구절인 ‘다만 부처님 말씀을 의지할지언정 용렬한 자의 망설을 따르지 말라’는 가르침은 부처님 말씀을 늘 가까이 하라는 뜻이다.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금구(金口)라는 단어이다.금구는 ‘부처님의 입’이라는 뜻인데 풀이하면 ‘부처님 말씀’이 된다.부처님을 흔히 금인(金人)이라고 표현한다.불상이 금빛을 띠고 있다는 데에서 연유한 말이기도 하지만,금은 변하지 않으므로 금강석이라 하듯이 부처님의 말씀은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뜻이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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