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호 / 성모병원 내과 과장

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뭐니뭐니해도 봄나물이 먼저 생각난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뚫고 새파랗게 돋아난 봄 나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쌉싸름하고 향긋한 그 맛과 향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종합병원의 소화기 내과를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봄이 그리 달가운 계절만은 아니다.

봄나물 중의 하나인 돌미나리와 인진쑥 등을 먹고 입원하는 환자들 때문이다.

예전부터 간에 좋다는 입소문과 요즘은 인터넷을 통한 광고 덕에 많은 간경화, B형/C형 간염보균, 알콜성 간질환 환자분들이 많이 복용하는 것들이다.

인진쑥은 화타와 연관된 출처불명의 전설 덕에 환약으로까지 만들어져 팔리고 있고, 돌미나리도 액즙을 내어 상품화되어 봄철이면 날개 돋힌듯이 팔리고 있다.

그런데 정말 간에 좋은 것일까.

누구도 정상인 또는 간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돌미나리나 인진쑥을 먹이고, 정말 질환이 치료되는지 확인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과거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에 황달이 있는 사람에게 인진쑥 등을 먹였더니 좋아졌다고 했을 때 황달의 원인인 간이 안좋은 건지, 담도의 문제인지, 혈액 또는 비장의 문제인지도 모르는 것이며, 과거 우리나라에 많던 A형 간염처럼 시간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는 병일 수도 있고, B형/C형 간염처럼 주기적으로 황달이 있는 시기와 없는 시기를 거치는 것을 그렇게 오해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동양의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인진쑥이 간 뿐만 아니라 치질, 당뇨병, 부종, 식중독이 치료된다는 이유는 알지도 못하지만 확실한 것은 많은 환자들, 특히 기존에 간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두가지 봄나물(약초)을 먹고 급성 간염으로 입원한다는 현실이다.

동의보감에 허준선생님께서 쓰신 말씀 중 ‘몸에 좋은 것을 하려하지 말고 나쁜 것을 피하라’라는 구절이 있다.

의학의 기본을 아주 잘 지적하신 말씀이다. 우리 몸의 나쁜 것을 해독해주는 간이 힘든데 자꾸 무언가는 먹어 간이 할 일을 만들어버리는 것은 기본적인 이치에도 맞지 않다.

일교차도 심하고, 황사로 공기도 안좋고, 회식도 잦은 봄이다.

몸에 좋은 비싼 것을 찾기보다는 술자리 한번을 줄이고, 절초하는 용기를 실천하시는 것이 옛 선인의 지혜에도 맞는 바른 건강지킴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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