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韓총리지명자 청문회 공수대결

국회의 17일 한명숙 총리 지명자의 인사청문회는 초반부터 여야간 ‘창’과 ‘방패’의 공수(攻守)대결로 뜨겁게 달아오르며 폭로정국의 축소판을 방불케 했다.

5.31 지방선거를 겨냥해 "확실한 본때를 보이겠다"며 칼을 갈아온 한나라당과 "여기서 밀렸다가는 끝장"이라며 방패를 가다듬어온 열린우리당이 공개적으로 맞대결을 펼치면서 청문회 시작부터 격렬한 공방의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한나라당은 전투력을 총동원한 ‘올 코트 프레싱’의 기세로 전방위적 포화에 나섰다.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은 야권의 공격을 "근거없는 흠집내기 공세"로 몰아세우며 철벽방어에 총력전을 폈다. 국정수행능력 검증이라는 청문회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다는 방침 아래 정책적 소신 청취에 주력하고, 야당의 의혹제기에 대해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줘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과거 총리 청문회와는 달리 적격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특별한 이슈가 부각되지 않은 탓인지 야당 공세의 집중도가 떨어진 듯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특히 한 지명자의 ‘과거’를 집중조명해 사상적 편향성 논란을 부각시키려던 한나라당은 여론의 역풍 가능성을 경계하며 공세의 ‘톤’을 다소 조절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청문회의 묵직한 비중을 반영하듯, 여야의 공수진용은 화려하게 포진됐다. 한나라당에서는 특유의 독설로 대여공세의 선봉장 노릇을 해온 이한구 의원을 필두로 율사출신의 주호영, 김재원, 김정훈 의원이 공격수로 배치됐고, 우리당에서는 송영길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위시해 ‘전투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박영선, 최재천, 이목희 의원이 대항마로 나섰다.

이날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낸 한 총리 지명자는 평소 본인이 즐겨입는 연한 회색의 정장 차림이었고, 시종 차분하고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청문회 시작에 앞서 야당측이 청문회 자료 부실에 불만을 제기하는 등 가벼운 신경전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납세와 친인척 전과자료 등 한지명자의 개인신장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한 지명자의 불성실을 추궁했다. 먼저 날카로운 ‘창’을 선보인 한나라당의 주공격수인 이한구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먼저 "한 지명자는 부드럽고 온화환 여성적이고 감성적인 접근만 해왔지만 이성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도 문제인데 총리의 능력까지 딸리면 문제이지 않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어 경륜 부족도 문제삼고 나왔다. 이 의원은 "한 지명자의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사고는 여당 386세대 의원과 비슷한 것 같고, 그들의 대모역할을 하는 것 같더라"고 매섭게 추궁했고, 이에 한 지명자는 "그동안 상임위 활동과정에서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정치적 공세에 물들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답변하며 피해나갔다.

반면 우리당 최재천, 박영선 의원은 군 복부중인 보직변경 논란과 건강보험료 납부관련 의혹에 대해 소명의 시간을 할애,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청문회에는 한나라당에서는 이재오 원내대표와 이방호 정책위의장이 회의장에 나와 ‘독전’을 하는 모습이었고, 열린우리당에선 김한길 원내대표와 강봉균 정책위의장, 장영달·이미경 최고위원 등이 나와 한 지명자와 여당의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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