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김상수 /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신부

찬바람이 가시고 땅속에서 약간의 훈김이라도 올라올라치면, 홑잎이 삐죽 고개를 내민다. 이때부터 산나물 마니아들의 분주함은 시작된다. 똑같은 식물임에도 땅속을 빠져나오는 시기는 제각기 다르다.

찬 기운이 가시기도 전에 잔설을 맞으면서 싹을 틔우는 식물도 있는가 하면 다른 식물들이 모두 싹을 틔우고 무르익을 무렵에서야 겨우 싹을 틔우는 나무도 있다. 싹을 틔우는 순서도 다르지만 색깔도 천차만별이다.

아름다운 산은 온갖 종류의 나무가 섞여 있다.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어우러진 산은 봄뿐 아니라 가을도 역시 아름답다. 풍성한 여름산 또한 말해 무엇 하리. 나무마다, 생명마다 각자 다른 삶으로 어우러진 모습이기에 당연한 이치이리라.

세상의 이치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는 아름답다. 그러나 획일화된 사회는 표면의 질서가 정돈돼 보일지는 몰라도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랫동안의 군사 독재문화로 우리에게는 획일화되고, 일사불란한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배어있다.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는 사회에서 창의적이고 진보적인 시각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할 수 없고, 우리와 다른 그들을 배타하는 사회분위기가 지배한다.

삶이 타성에 젖고 나른해 질 때면 시장을 나가본다. 시장에 가면 온갖 사람과 온갖 물건들이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짙은 생명력이 느껴진다. 한국을 다이나믹코리아(Dynamic Korea)라고 했다. 아마도 우리들의 본질은 매우 역동적인 힘이 아닐까한다.

자연은 역동성을 담보로 꽁꽁 언 땅을 녹이고, 다양한 종류의 생명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각각의 생명이 만들어내는 영역을 인정한다. 인간의 오만이 자연에 위해를 가하고 자연의 본질에 가공의 위력을 발휘해도 자연은 오랫동안 생명을 잉태하고, 생산하고, 품고, 정화했던 태초의 본성으로 그렇게 자리한다.

매체를 통해 쏟아내는 기상예보는 기온의 변화가 심하다고 인간에게 연일 주의를 준다. 그러나 땅속을 뚫고나온 여린 잎들은 개의치 않는다. 추우면 추운대로 세상을 향해 당당히 자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여린 잎이 혹여 얼지는 않았을까 하는 나의 기우는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

그래서 자연은 경외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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