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현진스님 / 관음사 주지

旣已出家하야 參陪淸衆인댄 常念柔和善順이언정/ 不得我慢貢高니라/ 大者는 爲兄하고 小者는 爲第니/ 당有諍者어던 兩說을 和合하야/ 但以慈心相向이언정 不得惡語傷人이어다.

이미 출가하여 청정한 대중을 모시고 지내는 바에는,항상 부드럽게 하고 화목하며,착하게 순종하는 일만 생각할 것이지,아만심에서 잘난 체 하지는 말라.

먼저 계를 받은 이는 형이 되고,나중에 계를 받은 이는 동생이라.만일에 말다툼하는 이가 있으면 양설(두 사람의 말)을 다 듣고 서로 화합시켜 오로지 자비심에서 서로 어울리게 할 것이며,심한 말을 써서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말지어다.

‘柔和善順하라’는 대중살이를 하는 자세를 말하는 것입니다.말은 부드럽게 하고, 행동은 화합을 위해 따른다면 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그것이 바로 선순(善順)입니다.잘 따른다는 뜻입니다.

혼자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면 결국은 자신만 무리에서 이탈하고 화합을 깨뜨리게 됩니다. 화합이란, 돌담의 돌처럼 모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모난 돌은 언젠가는 정을 맞습니다.그래서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지요.돌담의 돌은 크고 작은 돌이 하나로 모여 아름다운 질서를 만들고 있습니다.자기의 개성을 존중하되,그것이 전체의 조화를 해치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좋은 마음을 내어 대중을 잘 따르는 일이 곧,선순인 것입니다.저의 보살님,즉 노모의 법명이 수순행(隨順行)입니다.가장 잘하는 수순은 ‘부처님 말씀처럼 따르는 행동’일 것입니다.그렇다면 자기를 높이는 아만이 태산 같아서는 안될 것입니다.그래서 보조스님은 ‘아만을 공고히 하지 마라’고 타이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만은, 자만에 빠져 은공도 저버리고 겸손할 줄도 모르고 고마워 할 줄도 모르는 정신상태를 말합니다.

‘大者는 爲兄하고’라는 이 대목은 질서의 규범을 말하는 것입니다.여기서 말하는 ‘대자’는 키가 큰 사람이 아니겠지요.당연히 먼저 출가한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나이가 어리다하더라도 먼저 불문에 들면 윗사람이 되는 것이고,나중에 계를 받으면 아랫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절 집안 식으로 말하면,먼저 계를 받으면 사형(師兄)이 되고 나중에 받으면 사제(師弟)가 되는 것입니다.‘군대는 짭밥 순’이라는 말처럼 절은,수계 순입니다.

부처님의 10대 제자 가운데 우바리 존자는 노예 계급의 천민 출신으로서 석가왕족의 이발사였다고 합니다.그런데 부처님의 사촌이었던 아난이 출가할 때 얼떨결에 따라갔다가 일주일 먼저 출가를 하게 됩니다.그래서 아난의 사형이 되었습니다.세속에서는 하인이었지만 먼저 출가하였으므로 아난이 평생토록 법형(法兄)으로 모신 일화는 유명합니다.

해인사 행자실에 들어오는 행자님들을 보면 참 재미가 납니다.행자들의 순서는 번호로 정해집니다.이 번호는 행자실에 입방한 순서이기도 합니다.그래서 같은 날 입방한 행자라 하더라도 오전에 온 행자와,오후에 온 행자는 번호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해인사 행자실은 군대 내부반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이 엄격하고 절도가 있습니다.절도 있는 행동은 좋은데,구호도 마치 군대 같아서 얼마 전에는 시정하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해인사 행자실이 군대식으로 바뀐 것은 어느 해 군대 상사 출신의 행자 한사람이 스님이 되면서 모든 규율과 기강을 만들었다는 말이 있는데,그 진위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형과 아우들이 다툼을 벌이면,두 사람의 말을 다 들어보고 서로 화해시켜서 자비로운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그래야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화해하는 배경에는 반드시 자비심이 충만해 있어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미움의 주파수가 상대방에게 전달되게 됩니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남을 미워하는 마음에서 발생하는 주파수가 몇 배 강하다고 합니다.그러므로 결국 남을 미워하는 일은 자신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며,아울러 상대방의 마음도 상하게 하는 그런 행동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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