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취재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4일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제2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56분 백화원 영빈관 1층 `차현관 출입문'에 도착했으며 이어 1분 뒤인 57분 김정일 위원장이 현관으로 들어섰다.

김 위원장은 도착후 성큼성큼 걸어와 김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편히 주무셨습니까'라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고, 김 대통령은 조용한 소리로 '잘 잤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김 위원장은 '테레비(TV)로 (오셔서 여러 곳 방문하는 것 등을) 봤습니다'고 다시 말을 이었고, 이 때 카메라 기자들이 '이 쪽을 좀 봐 달라'고 부탁하자 3초 가량 간단히 포즈를 취한 뒤 회담장으로 자리를 옮겨 공식 회담에 들어갔다.


[다음은 두 정상간의 대화 내용]

▲김 위원장 = 오늘 피곤하지 않으셨습니까.

▲김 대통령 = 괜찮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위원장 = 약속한대로 찾아뵙는게 좋습니다. 암만 대우 잘해도 제 집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어 두 정상은 20여m를 걸어 회담장에 들어서 폭 3m 가량되는 회의용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다시 대화를 시작)

▲김 위원장 = 오늘 일정이 아침부터 긴장되게 했습니다.

▲김 대통령 = 여기저기 많이 다녔습니다.

▲김 위원장 = 잠자리는 편하셨습니까.

▲김 대통령 = 잘자고 옥류관에서 냉면도 먹고 왔습니다.

▲김 위원장 = 오늘 회담이 오후에 있어서 너무 급하게 자시면 맛이 없습니다. 시간 여유갖고 천천히 잘 드시기 바랍니다. 평양시민들이 굉장히 환영하고 있습니다. 용단을 내리셔서 오신 것에 대해 온 인민들이 뜨겁게 마중하고 했는데 인사가 잘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김 대통령 = 과분하게 환대해 주신 것 감사합니다. 위원장께서 직접 공항으로 마중 나오시고 한 것을 남쪽에서도 보고 다들 놀라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 = 남쪽 테레비 어제 오랫동안 봤습니다. 남쪽 인사들도 다 환영하고 특히 실향민, 탈북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번 기회에 고향 소식이 전달될 수 있지 않나 하면서 속을 태웁니다. (옆에 앉은 김용순 위원장에게) 실제로 우는 장면이 나오더라니까.

▲김 대통령 = (프레스센터에) 외국기자들도 수백명 모이고 기자들 1천여명이 기립박수를 했답니다. 위원장이 공항에 나와 우리 둘이 악수하는 것 보고.

▲김 위원장 = 제가 무슨 큰 존재라도 됩니까. (공항 간 것은) 인사로 한 것 뿐인데. 구라파 사람들은 나보고 왜 은둔생활하느냐, 처음 나타났다고 그러는데 나는 중국, 인도네시아도 비공개로 많이 갔다 왔는데. 김 대통령이 오셔서 해방됐다고 그래요. (웃음) 그런 말 들어도 좋아요. 비공개로 갔다 왔으니까. 식반찬은 불편한 것이 없었습니까.

▲김 대통령 = 음식이 참 좋습니다.

▲김 위원장 = 지난번에 중국 갔더니 김치가 나오는데 한국식 김치가 나와서 남쪽 사람들 큰일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쪽 사람들이 김치를 (세계에) 소문나게 하고 다시 일본에서 '기무치'라고 하는데 북조선 김치가 없어요. 남조선 김치는 좀 짜고 북조선 김치는 물이 많이 들어가는 차이가 있어요.

(두 정상은 6분 가량 환담한 뒤 남측에서 임동원 대통령특보, 황원탁 외교안보수석, 이기호 경제수석 등 3명, 북측에서 김용순 아태위원장만 배석한 가운데 정상회담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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