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임동철 충북대 총장 인터뷰

“합의와 화합이 전제되지 않은 혁신이나 개혁은 민주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결단이 요구되는 대목에서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질 작정입니다”

18일 신임 임동철(59) 충북대학교 총장(제 8대)이 취임 후 처음으로 본보와 장시간 인터뷰를 갖고 향후 4년간 충북대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를 비교적 상세히 언급했다.

특히 임 총장은 대학간 통합문제 등 학내외 예민한 질문에 대해서도 소신있게 답변, 대학발전 구상과 관련된 ‘초반 포석’을 이미 끝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다음은 임 총장과의 일문일답.

-좀 늦었지만 총장에 취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취임 소감을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충북대학에 몸담은 지난 20여년 동안 교무처장을 비롯하여 여러 보직을 맡아보았지만 지금처럼 막중한 사명감을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이 대학을 어떻게 발전시킬까’라는 화두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도와줄 구성원들이 내 곁에 많이 있다는 점입니다”

-집단을 이끄는 리더십의 유형은 매우 다양합니다. 게다가 대학은 다양한 구성원들의 집합체입니다. 어떤 리더십 유형으로 충북대학을 4년간 이끌 예정입니까.

“저는 공정과 성실함으로 구성원에게 신뢰를 받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부드러움’에서 나옵니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고 또 듣고 수렴해 가겠습니다. 물론 비효율적일 수 있으나, 합의와 화합이 전제되지 않는 혁신과 개혁은 민주적이 아닙니다.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은 이 곳이 바로 학문의 전당이기에, 대학에서 가장 소중하게 지켜져야 하는 덕목인 것입니다. 그러나 결단이 요구되는 중요한 대목에서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제가 질 작정입니다”

-우문같지만 언제부터 총장 도전을 결심하셨고, 그것의 구체적인 이유와 동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으나, 새로운 시대가 새로운 대학의 모습을 요구하면서 저 역시 대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교무처장을 비롯한 여러 보직을 수행하면서 충북대학에 대한 이상형을 그려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그 꿈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의무와 책임을 완수하려고 합니다”

-총장님께서는 취임식날 이른바 ‘Project CBNU 2010’을 발표하셨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이 보기에는 다소 추상적이고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Project CBNU 2010’의 구체적인 지향성과 실천방법은 무었입니까.

“제가 제시한 ‘Project CBNU2010’은 우리대학의 고유한 이니셜인 Chungbuk National University에 창조성, 잠재적 역량의 활성화, 참신성을 의미하는 형용사들인 Creative, Brilliant 그리고 New라는 정신적 항목을 부가한 발전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인문학자이기에 정신적인 덕목을 중시합니다. 학내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발휘하게 해보자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지향성은 제5차 충북대학교 장기발전계획에 명시된 바와 같이, 2010년까지 동북아 중심대학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제가 그린 큰 그림을 기획단과 각 관련 부서 혹은 학내구성원이 힘을 합쳐 실천해 갈 것입니다.

-충북대를 비롯한 전국의 대학생들이 직장을 얻지못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취업률을 높힐 구체적인 복안을 갖고 계신지요”

“요즈음의 젊은이들에게 선배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미안한 마음을 금하지 못합니다. 대학 졸업을 하면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서 국가와 사회 그리고 자신을 위해 일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와 정반대입니다. 대학이 취업학원은 아니지만, 취업은 저에게 주어져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우선 지역사회와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우리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내용, 즉 외국어 능력과 기초소양 그리고 응용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교육을 하겠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취임식날 “전공의 벽도 허물겠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어떤 교육적인 철학이 바탕이 됐고, 그렇게 될 경우 어떤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십니까.

“학문이란 고대부터 하나로 독립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공자는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동시에 교육자요, 문인이었습니다. 그 분의 책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습니다. 현대의 학문이 점점 심화되어가기는 하지만, 인접 분야를 알지 못하고서 해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전공의 벽을 허문 학제간 연구가 중요시되고 있습다. 이제 공학도도 인문학적 소양과 지식을 지녀야 ‘균형감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균형있는 인간’에 대한 믿음은 윤리의식을 지닌 과학도,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인문학도를 육성한다는 효과를 갖게 될 것입니다”

임 총장 약력
▶청원군 강외면 쌍청리 출생
▶서울대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청주 사범대(현 서원대) 국문과 교수,학생처장, 교무처장 역임
▶충북대 국문과 교수(83년~현재)
▶충북대 교무처장,인문과학연구소 소장 역임
▶충북도 문화재위원(96년~현재)
▶청주농악 보존회 회장(94년~현재)
▶정암회(중국 연변 충북마을 후원회) 회장(01년~현재)
▶중국 연변대학 겸임교수(05년~현재)
▶연구실적: ‘연변지역의 논노러,‘조선-한국 언어문학연구’,‘김득신의 생애와 문학적 배경’, ‘중원문화논총’ 외 30여편의 논문.
▶저서: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 연구’(민속원)외 10여 편.
-익히 알다시피 충북대는 지역의 거점대학으로서 우수한 교수님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 인프라는 다소 열악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이를 확충시킬 복안은 무엇입니까.

“사실 우리 대학은 교육과 연구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한 편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자기진단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조만간 ‘충북대학교 위상연구’라는 정책과제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이 과제는 충북대학교의 모든 현황과 각 대학을 Bench Marking하여 분야별 수준을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을 우선과제로 채택하여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연구인프라 역시 그 한 분야가 될 것입니다”

-다소 예민한 질문입니다만 지난해 충북대는 이른바 충남대와의 통합 문제로 큰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행정도시 건설과 맞물려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평소 대학간 통합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까.

“충북대와 충남대의 통합 실패는 시작서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였습니다. 충북도민의 땀과 피로 이루어진 대학을 학내구성원들의 합의 없이 합치려고 했던 우를 범했습니다. 그러나 학내구성원들의 합의와 대학발전이 전제된 ‘충북도내 국립대학간 통폐합’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개인적인 질문을 하겠습니다. 인생항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무엇이고, 그 것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을까요.

“제 인생에 가장 영향을 주었던 책을 들라면, 四書 중 논어, 맹자 그리고 Frayer의 ‘The Golden Bough’(황금의 가지)입니다. 논어가 인문학적 토양에서 나온 반면에, 맹자는 사회학적 성격이 짙습니다. 제 개인적 취향은 논어 쪽입니다만 총장으로서는 맹자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황금의 가지’는 제가 전공을 택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역학이나 민속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학행정의 총책임자가 아닌 스승과 인생 대선배로서 충북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모든 학생들이 취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당연한 현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은 ‘자유의 공기’를 마시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번쯤 낭만적인 분위기에 젖어보고 그리고 낙관적인 사고와 긍정적인 사유를 주문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가정에서는 어떤 스타일의 남편입니까”

“순 엉터리입니다. 지금도 못 하나 제대로 박지 못합니다. 그리고 가정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고 관여도 안하는 편입니다. 늘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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