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생산규모 줄이다 폐업 속출·아예 해외이전

<기획> 기능인력 고갈 중소 제조업체(1)

오늘날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고도 성장을 이룬 원동력은 기능인력의 힘이다. 그러나 기능인력의 산실인 실업계 고등학교가 기능인력 양성의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되면서 지역 중소제조업계를 중심으로한 산업계가 기능인력을 구하지 못해 생산규모를 줄이고, 회사를 이전하거나 조업을 포기할 위기에 봉착해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충북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실업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학벌위주의 그릇된 고용현실 때문에 기능인력 양성을위한 실업 교육이 사실상 벼랑 끝에 몰려있다. 이제라도 실업고의 직업 교육이 제자리를 찾아 학생들이 기능교육을 충실히 이수하고 자신의 적성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학교에서부터 제대로된 진학지도가 이뤄지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인식전환, 사회적인 지원 등이 선결과제로 지적된다.

제조업체 역시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특히 교육청과 자치단체, 지역 경제계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 자치단체들은 ‘기업하기 좋은도시’를 만들기위해 앞다퉈 기업유치를 서두르겠다고 공언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있다. 지역에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공급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충분한 기능인력 공급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을 경우 기업유치 자체가 힘들수밖에 없다.

이에 산업현장의 기능인력 부족 현상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기능인력을 양성하는 실업고 교육현장의 현상과 대책을 파악하기위해 설문조사, 좌담회 등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자한다. 타 자치단체의 실업교육과 기술 선진국의 실업 교육 실태도 취재해 지역 실업 교육 정상화를 돕고자한다./ 편집자

오창과학단지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총무과 직원 1명 모집에 1백여명이 이력서를 접수시킨 것을 보고 취업난을 실감할 수 있었다. 대부분 30~50대 대졸자로 취업 재수생이거나 대.중소기업에서의 근무 경력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청주산업단지내에서 임대공장을 운영하고있는 K씨는 지난해말 기능직 사원 모집공고를 냈으나 6개월째 지원자가 1명도 없어 포기상태다. 이처럼 수년전부터 지역 중소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기능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중소기업청이 전국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인력실태를 조사한 결과,평균 인력부족률이 4.35%로,2004년에 비해 0.71%포인트 낮아졌다.중소제조업의 인력부족률은 2002년 9.36%를 기록한 이래 낮아지고 있으나 충북지역의 경우 인력부족률이 5.24%(3천170명)로 전국 평균 부족률(4.35%)을 크게 웃돌아 도내 중소제조업체의 인력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인력 부족률은 지난 2004년 4.31% 였던 것이 지난해 0.93% 높아지면서 전남 6.29%,경남 5.46%에 이어 전국에서 세번째로 인력 부족률이 높았다.인력부족률을 직종별로 보면 전문가직이 5.74%로,생산직(4.98%),판매관리직(3.22%),서비스종사자(2.61%) 등 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는 종업원 5~19명 기업의 인력부족률이 6.81%, 20~49명은 4.44%, 50~99명 2.5% 등으로,규모가 작을수록 인력난이 심했다.업종별로는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5.4%), 조립금속 제품 제조업(5.2%), 기타 기계 및 장비 제조업(5.42%), 전자부품ㆍ영상ㆍ음향장비 제조업(5.23%) 등의 순으로 높았다.

특히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임금조건이 맞지 않아서’(31.5%) 라는 응답이 가장 많고,‘중소기업 근무 기피(26.5%)’,‘작업환경 열악(12.6%)’등이 꼽혀 대부분 중소 제조업체들의 근무여건이 인력난의 원인으로 꼽혔다. 중소제조업 경영자들은 인력부족현상 타개 대책으로 ‘생산설비의 자동화 추진’(27.4%)을 가장 선호했으며,‘외국인력 활용 확대’(12.8%),‘사무자동화’(12.3%),‘병역대체복무요원 활용 확대’(11.3%),‘여성인력 활용 확대’(11.1%) 등을 꼽았다.

청년층 실업률이 8%에 육박, 수십만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일손이 필요한 산업현장에는 인력이 모자라는 현상이 빚어지고있는 것은 청년층의 3D 업종 취업 기피와 중소기업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편견 등이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있다. 특히 취업자들이 눈높이를 낮추면 실업은 그만큼 줄일 수 있는 데도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져 산업현장의 인력수급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10명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 부족율이 2.18%에 달하고 있다. 대기업의 인력 부족률이 0.55%인데 반해 중소제조업의 생산관련 직종은 무려 5.21%로 조사됐다. 노동력 부족과 높은 임금상승 등으로 제조업의 공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돼 경제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오창과학단지에서 금형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이모 사장(43)은 “금형산업은 반도체 이상으로 고부가가치 창출 업종이지만 언제부턴가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실무에 종사하는 기능인력마저도 작업을 기피하거나 이직 전직 등으로 기술의 집적화가 어려운 상황인데다 이제는 아예 고등학교에서 공급이 끊겨 주변에서는 금형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있다”고 밝혔다.

청주시흥덕구분평동에서 정밀 부품 소기업 GS테크를 운영하고있는 송문천씨(38)는 “기술력과 기능인력의 확보 등으로 생사를 다투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위해서는 경쟁력을 키워주는 실질적인 성과가있는 산업지원 정책과 기술의 깊이를 축적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산학관 모두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같아 안타깝다”며 “지금같은 기능인력 확보난이 지속될 경우 수년내에 우리나라에 기능인력 공황시대가 도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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