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역사|한운사 | 민음사 ‘유구하게 흘러 내려오는 대우주에 비하면 사람의 목숨이란 반짝했다 꺼지는 순간에 불과하다.그 반짝 안에 담길 이야기가 있게 했으니,조물주도 희한한 취미를 가졌다.' 중수(中壽)를 넘긴 충북 괴산 출신의 방송작가 한운사(84·韓雲史).6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며 여전히 붓을 놓지 않고 있는 그가 인생 회고담을 펴냈다. 개인의 역사를 통해 사회사를 담아낸 책의 이름은 작가 이름을 따와 ‘구름의 역사’다.중앙 일간지에 써온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갈무리한 1부와 각종 신문·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묶어 2부 조각구름을 엮었다. 산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과 같이,긴 인생 여정을 지나오는 동안 겪었던 일들이 역사의 행간을 채운다.새마을운동가 ‘잘살아 보세’,영화 ‘빨간 마후라’로 이름을 떨쳤던 그가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삶을 반추하며 한국 현대사를 일별한다. 라디오 드라마와 TV드라마,영화 시나리오와 장편소설 등 각종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잡가(雜家)’는 스무살 청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마치 삽화를 그리듯 파란만장했던 세월의 면면을 글로 풀어냈다.
일제 강점기에는 학도병으로 끌려가고,한국전쟁 때에는 피란을 가지 않고 서울에 있다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이승만 정권때는 북에서 내려온 친구로 인해 간첩 방조죄로 옥에 갇히기도 했다.한 개인의 경험으로 치부하기엔 역사의 격변기를 관통하는 사건들이 즐비해 개인사이면서 또한 한국사를 웅변하는 기록이 바로 ‘구름의 역사’다.

괴산 청안학교와 청주상고를 졸업하고 일본 주오대에서 유학했던 작가는 1946년 경성대학 예과를 거쳐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 재학중 방송 극작가로 데뷔한다.

KBS에서의 생활을 그는 ‘인생의 입문’이라고 표현했다.당시 소설가들의 단편소설을 방송무대로 옮겼던 저자는 염상섭에 대해서는 ‘우울한 타입’으로 노천명에 대해서는 각별한 사랑을 주었던 인물로 소개했다.

또한 시공간을 마음먹은 대로 자유롭게 활용하는 방송무대의 매력에 눈뜨게 되면서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로 생활했던 기록이 오롯이 담겨 있다.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화가 이중섭,이어령 등 독특한 인물 탐구도 눈길을 끈다.

방송계에 진출한 것은 1957년으로 첫 장편 ‘이 생명 다하도록’가 집필된 것도 이 즈음이다.이후 3부작 ‘현해탄은 알고 있다’(정음사),‘현해탄은 말이 없다’(한국일보사),‘승자와 패자’(사상계)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전성기 작품으로는 ‘아낌없이 주련다’ ‘빨간 마후라’ ‘남과 북’ 등이 있다.작가 한운사는 현재 한국방송작가협회 고문과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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