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현진스님 / 관음사 주지

若也欺凌同伴하야 論說是非인댄 如此出家는 全無利益이니라. 財色之禍는 甚於毒蛇하니 省己知非하야 常須遠離어다.

만일 도반을 속이고 업신여겨서 시비를 따진다면,이와 같은 출가는 전혀 이익이 없느리다.재물과 여색의 화는 독사보다 심하니,제 몸을 살펴서 그릇된 점을 알아,항상 멀리 여의도록 할지니라.

불교에서는 친구를 도반이라고 부릅니다.벗은 벗인데,도를 공부하는 벗이라는 말입니다.구도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가 바로 도반입니다.

이 도반이라는 말 속에는,탁마(琢磨)의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서로 도와주고 경책한다는 뜻인데, 다시 말해 잘못된 점은 다듬어 주고 힘이 부칠 땐 같이 나눈다는 말입니다.

모난 돌이 있다고 했을 때, 그 돌을 정으로 쪼아주고 반들반들하게 다듬어 주는 것이 ‘탁마’인 것입니다. 옛 스님들의 말씀에, 공부가 순일하게 잘되려면 세 가지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첫째는 공부하는 도량이요, 둘째는 공부를 가르치는 스승이요, 셋째는 함께 공부하는 도반이라고 하였습니다.

본문에서는 도반을 동반(同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도반이라는 의식이 앞서야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시비를 논하지 않습니다.

옛날 중국 당나라 때, 조과(鳥菓)선사는 불법을 묻는 백락천(白樂天)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모든 악을 행하지 않고, 모든 선을 행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백락천은 “그런 말은 세 살 먹은 아이도 할 줄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하고 말했습니다. 조과스님은 뒤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 살 먹은 아이도 말로는 잘 알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렵소”

여기서 백락천은 말문이 막혔다고 합니다. 알고 보면 불법이 참 쉬운 것입니다. 그렇지만 행하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착한 일을 하면서도 내가 미리 칭찬 받을 것을 예상하고 하는 것은, 아무런 공덕이 되지 않습니다.

출가자는 무소유의 삶입니다. 그러므로 재물을 가지는 것을 경계한 것입니다. 흔히 출가인의 재산을 표현할 때 일의일발(一衣一鉢)이라고 말합니다. 수행자는 옷 한 벌과 발우 하나면 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은 소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소유의 뜻은, 아무 것도 가지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필요한 것만 가지라는 청빈의 정신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색에 관한 부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여자에게는 남자가 해당되겠지요. 아마 알 것입니다. 칼에도 두 가지의 작용이 있습니다.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찌르면 살인 기구가 되는 것이고, 음식을 해 먹으면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되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사랑을 경험해 본 이들이라면, 사랑이 주는 양면성을 다 알 것입니다. 빛과 그림자가 사랑의 두 얼굴입니다. 나무가 큰 만큼 그늘이 생기듯 사랑하는 만큼 그림자가 집니다. 사랑할 땐 행복이지만, 이별할 땐 불행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행복을 주는 빛이요, 또 한편으로는 고통을 주는 그림자인 것입니다.

그래서 색(色)의 화는 독사보다 심하다고 하였습니다. 보성 대원사 공양간 벽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 있습니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먹어라/ 봄에서 한여름 겨울까지/ 그 여러 날 비바람 땡볕으로/ 익어 온 쌀 곡식 채소 아닌가/ 그렇게 허겁지겁 삼켜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는가/ 사람이 고마움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정말 밥에 대한 고마움으로 가득 차 있는 말입니다. 우리가 소유하면서도 이렇게 고마워할줄 안다면 집착의 마음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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