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딱 세 권의 산문집을 내고 싶다.멋을 좀 부려 ‘산/책/길’이라고 이름지었다. 말 그대로 산과 책과 길에 관한 책들이다”

노동자와 농민의 현실을 그리는데 천착해온 소설가 김남일이 평소 바람대로 ‘책(冊)’이라는 이름의 첫 산문집을 펴냈다.

인생의 내밀한 기록을 담아낸 산문집에는 어린시절 작가를 매료시켰던 서점의 작은 서가와 젊은 영혼을 뒤흔들었던 불온서적,혼란의 시대에 새로운 전망을 보여준 책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실려있다.

용돈이 생기면 어김없이 서점으로 달려갔던 소년기에서 청계천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조세희의 연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실린 잡지를 사모으던 청년기,몇 번이나 이사를 다니면서도 버리지 못했던 7년치 종이신문과 중국어,베트남어,티베트어,몽골어,라오스어에 이르는 각종 사전 수집벽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소개돼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누나의 책꽂이에서 본 빨간색 표지 ‘소월시집’은 그 속에서 설핏 떨어지던 빛바랜 은행잎만큼이나 지금도 가슴을 설레게 하며,어쩌다 옛날 소설책을 꺼내 표지를 들추자 나타난 법무부 관인이 찍힌 ‘독서열독허가증’은 내 젊은 날의 방황을 고스란히 증명한다”고 말한다.

진지하고 치열한 작가적 이력이 어떤 책들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산문집이다.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난 작가는 1983년 ‘우리 세대의 문학’에 단편 ‘배리’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제1회 전태일문학상과 제2회 아름다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80년대를 대표하는 민족문학·노동문학 작가였고 90년대 이후에는 한국과 베트남의 상처난 역사 관계를 성찰하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주도하며 민족문학의 경계를 넓혀왔다.

90년대 말 4년여간 청주에서 생활했던 작가는 충북민예총과 베트남 푸옌의 문화예술교류사업 물꼬를 트기도 했다.현재는 아시아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청년일기’와 ‘국경’,소설집 ‘일과 밥과 자유’, ‘천하무적’,장편동화 ‘떠돌이 꽃의 여행’과 청소년 인물이야기 ‘통일할아버지 문익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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