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 개막전부터 골 폭죽이 터졌다.

축구 팬들로서 보면 무엇보다도 반가운 일이지만 아드보카트호를 비롯해 32개 본선 출전국 수비수들은 '완화된 오프사이드 룰'에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10일(이하 한국시간) 뮌헨에서 열린 독일-코스타리카 개막전에서 모두 6골이 터졌는데 그 중 코스타리카의 베테랑 스트라이커 파울로 완초패(에레디아노)가 뽑아낸 만회골 두 골이 모두 오프사이드 룰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완초페는 똑같은 상황에서 두 골을 넣었다.

독일의 신예 수비수 필리프 람(바이에른 뮌헨)이 전반 6분만에 통렬한 중거리포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개막전 첫 골을 뽑아낸 직후인 전반 12분.

독일 수비진은 마우리시오 솔리스(코뮤니카시오네스)의 스루패스 한 방에 완전히 무너졌다.

솔리스가 중앙에서 패스를 하는 순간 독일의 수비라인은 어설프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썼다가 완전히 당했다. 수비수 뒤쪽으로 돌아들어간 완초페를 보고 수비수가 오프사이드라며 손을 번쩍 들어올렸지만 사이드라인에 선 부심은 깃발을 그대로 내려둔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현지 방송 리플레이 화면으로 확인해본 결과 볼이 투입될 때 완초페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솔리스의 발에서 볼이 떨어지는 찰나에는 수비수와 거의 동일선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이 3-1로 앞서고 있던 후반 28분에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왈테르 센테노(사프리사)가 중앙 수비벽을 허무는 스루패스를 넣어줬고 역시 수비진과 거의 동일선상에 위치하고 있던 완초페가 수비벽을 뚫고 들어가 만회골을 뽑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3월 워크숍을 통해 이번 독일월드컵부터 오프사이드 룰을 대폭 완화해 골이 많이 터지는 축구, 공격적인 축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바뀐 규정은 공격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더라도 직접 공격에 가담해 볼을 터치하지 않을 경우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슈팅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자기 편 공격수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 골이 되더라도 볼이 몸에 맞지만 않는다면 오프사이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동일선상에 있는 공격수에 대한 '오프사이드 제외'는 이전 대회부터 이미 적용됐던 룰이다. 따라서 완초페의 두 골을 엄격한 의미에서 새 규정의 득을 본 득점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오프사이드를 판정하는 부심들의 '눈'이 관대해진 만큼 '거의 동일선상'에 있던 완초페는 자칫 보기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는 두 번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무사히 통과했다.

포백 수비라인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는 아드보카트호로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은 골이다.

특히 토고가 간판 골잡이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아스날)에 의존하는 중앙 돌파와 잦은 스루패스를 시도할 경우 바뀐 오프사이드 룰을 몸으로 숙지해 미리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