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선택만 남았다.

2006 독일월드컵축구에서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토고와 결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아드보카트호는 13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간) 프랑크푸르트 월드컵경기장(코메르츠방크 스타디움)에서 열릴 월드컵 본선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지난했던 8개월여 실험을 마무리한다.

딕 아드보카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마지막까지 전략의 큰 틀을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의 중동 전지훈련 기간이던 지난 1월21일 그리스전에서 처음 채택했던 포백(4-back) 시스템을 13경기 연속 사용해오다 결전의 순간을 앞두고 '극적인 대반전'을 시도하려는 의도도 읽히고 있다.

최근 전술훈련에서 나타난 감독의 선택은 꾸준히 시험해 본 포백보다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스리백(3-back) 쪽으로 기우는 느낌이다.

핵심은 '아드보카트호의 심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7일 인터뷰에서 "박지성의 위치는 3-4-3에서는 사이드 공격수, 4-3-3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둘 다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지성 효과'는 아드보카트호의 전략적 키워드다.

그러나 박지성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시즌 막판 다친 데 이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훈련에서 다시 발목을 삐긋했다. 다행히 부상을 털고 일어섰지만 100% 정상 컨디션으로 보기는 힘들다.

감독의 고민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박지성 효과와 연관돼 있는 듯하다. 10일 레버쿠젠 '바이 아레나'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박지성은 오른쪽 사이드로 위치를 바꿔 왼쪽 이천수(울산), 중앙 원톱 조재진(시미즈)과 짝을 이뤘다.

일단 스리톱(3-top) 라인에 단 한 번도 시험해보지 않은 이천수-조재진-박지성이 선발로 나서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만약 스리백 카드를 쓴다면 토고전에는 경고 누적으로 나설 수 없는 김동진(FC서울)의 공백도 원인이 될 듯 하다.

김동진이 없는 상황에서 왼쪽 이영표(토튼햄), 오른쪽 송종국(수원)으로만 포백을 쓰기는 무리수가 따른다는 판단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진에는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김남일(수원) 조합보다 이을용-이호(울산) 듀오가 더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좌우 측면 날개형 미드필더는 이영표와 송종국 외에 다시 생각할 대안이 없어 보인다.

중앙 수비진은 스리백일 경우 한 명이 더 필요하다.

기존의 중앙 왼쪽 김진규(이와타), 오른쪽 최진철(전북) 사이에 들어올 최후 저지선으로는 멀티 활용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안정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김영철(성남)이 2002년의 홍명보 역할을 해야 할 전망이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기존의 전략대로 포백을 고수한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박지성 시프트'는 '없던 일'이 돼 박지성은 원래 자리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격한다.

이 때 스리톱에는 고민이 있다. 왼쪽 박주영(FC서울), 중앙 조재진, 오른쪽 이천수가 유력하지만 순수하게 기존 포워드 요원으로만 공격진을 구성할 때는 변수가 더 많다. 설기현(울버햄프턴)을 좌우 어느 쪽에서 활용하느냐가 키 포인트다.

물론 원톱을 최근 평가전에서 줄곧 신임해온 안정환(뒤스부르크) 카드로 밀어부칠 수도 있다.

삼각형 미드필더진의 꼭지점에 박지성이 선다면 더블 수비형 미드필더는 이을용과 김남일이 안정적이다. 이는 지난달 26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 나왔던 것과 같은 중원 포진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2년 월드컵 삼총사'가 중원을 압박한 끝에 상쾌한 2-0 승리를 챙긴 기억을 갖고 있다.

포백 라인은 변함이 없다. 좌 영표-우 종국은 스리백에서는 측면 날개형 미드필더이지만 포백으로 환원하면 양쪽 사이드백이 된다. 중앙에선 김진규와 최진철이 그대로 나선다.

물론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발 포백-후반 중반 이후 스리백으로 경기 중 임기응변을 시도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모든 것은 당일 결정될 수도 있다. 태극전사들의 컨디션에 따라 순간적인 전술 변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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