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한국 축구대표팀이 13일 밤(이하 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검은 대륙'의 복병 토고에 황홀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천금같은 1승을 챙긴 것은 월드컵 사상 52년 만에 거둔 원정경기 첫 승으로 기록된다.

한국이 나라 밖에서 열린 월드컵에 도전한 것은 이번 독일대회를 제외하고 모두 5번이지만 전적을 모두 합하면 4무10패로 저조했다.

데뷔 무대였던 1954년 스위스대회에서 한국은 유럽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한국전쟁 직후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 한국 대표팀은 열차를 갈아타고 미군 전용기에 몸을 실어 60시간이 넘는 여정 끝에 헝가리와 본선 첫 경기 하루 전 스위스에 도착했다.

시차 적응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라운드에 선 한국은 당시 골키퍼였던 고(故) 홍덕영 선생이 온 몸을 던져 골문을 지켰지만 헝가리가 자랑하던 세계적인 골잡이 푸스카스에게 전반 12만에 첫 골을 내준 뒤 무려 9점을 실점했다.

사흘 뒤 제네바에서 열린 두번째 경기에서 한국은 헝가리보다 약한 터키를 만났지만 전반에만 네 골을 얻어맞았고 2패의 전적으로 짐을 쌌다.

경기 방식이 달랐던 당시 대회에서 한국은 서독과 마지막 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한국의 1라운드 탈락에 서독의 2라운드 진출이 확정되면서 3차전을 치르지도 못한 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국 축구는 이후 월드컵 본선 문을 두드렸지만 다시 본선에 진출할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다시 오른 한국은 1986년 멕시코대회에서 김정남 감독-김호곤 코치 체제로 `축구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가 버티는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시티 올림피코스타디움에서 만났다.

마라도나를 막다가 호르헤 발다노와 루게리에게 세 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28분 박창선이 역사적인 월드컵 첫 골을 뽑아냈지만 결과는 1-3 완패였다.

불가리아와 2차전에서 1-1로 비긴 한국은 푸에블라 콰테목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3차전에서 선전했지만 역시 2-3으로 패배, 눈물을 삼킨 채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연이어 본선 진출이었던 19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한국은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다시 한 번 세계축구와 실력 차이를 절감했다.

이회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공격 축구를 앞세웠지만 벨기에에 첫 판에서 0-2로 완패했다. 갈수록 경기력이 좋아졌지만 두번째 상대 스페인에게 1-3으로 무너졌으며 마지막 우루과이전에서는 후반 막판 폰세카에게 뼈아픈 결승골을 허용했고 승점 1점도 챙기지 못했다.

1994년 미국대회에서 한국은 그나마 희망을 봤다. 김호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한국은 미국 댈러스 코튼볼 구장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드라마를 연출했다. 0-2로 끌려가던 한국은 종료 5분을 남기고 홍명보의 중거리포와 서정원의 동점골로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2차전에서도 볼리비아와 아쉽게 득점없이 비긴 한국은 마지막 3차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맞아 선전을 폈지만 현 독일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에게 내준 두 골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도 한국의 참패는 계속됐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리옹에서 멕시코와 만났는데 하석주가 그림같은 왼발 슛으로 월드컵 사상 첫 선제골을 뽑을 때만 해도 기적이 일어나는듯 했다. 하지만 전반 30분 선제골의 주인공 하석주가 백태클로 퇴장당한 이후 수적 열세에 몰린 한국은 1-3으로 역전패했다.

2차전에서는 거시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0-5 완패를 당한 뒤 차범근 감독이 중도 경질되는 등 혼란을 겪은 한국은 벨기에와 3차전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지만 첫 승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4강 신화를 써낸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은 폴란드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둔 뒤 승승장구하며 4강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안방에서 승리일 뿐이었다.

여전히 원정 첫 승에 목말라야 했던 한국은 4년 뒤 독일월드컵 토고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이천수의 천금같은 동점골과 안정환의 황홀한 역전골에 힘입어 2-1로 승리, 52년 간 애타며 지긋지긋하게 간직해야 했던 원정 월드컵 첫 승을 향한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 연합뉴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