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를 수혈한 `무적 함대' 스페인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스페인은 14일 밤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첫 경기인 `동유럽의 복병'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막강 화력과 미드필더진의 강한 압박, 촘촘한 수비망을 앞세워 4-0 대승을 낚았다. 지금까지 열린 조별리그 17경기 중 최다 점수 차 승리.

우크라이나는 부상에서 회복한 `득점 기계' 안드리 셉첸코(첼시)가 선발 출격하면서 맞대결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게 사실.

유럽 3대 리그인 프리메라리가를 보유하고도 지난 1950년 브라질 대회 4위에 오른 게 역대 최고 성적이었고 2002 한.일 월드컵 8강에서 승부차기 대결을 벌인 한국에 제물이 됐던 초라한 모습과 달라진 풍경이다.

스페인의 이런 괄목상대는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의 세대교체 노력의 성과물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레알마드리가 키워낸 세계 정상급 공격수 라울을 빼고 대신 25세의 다비드 비야(발렌시아)를 선발 출장시켰다.

라울이 무릎 부상 여파로 100% 컨디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지만 무적 함대의 정신적 지주인 라울의 제외는 자칫 팬들의 비난을 살 수 있는 모험이었다.

월드컵 유럽 예선 때 4경기에 라울 백업 멤버로 교체 출전해 1골을 뽑는 데 그쳤던 비야는 기대에 부응하며 전반 14분 프리킥과 후반 3분 페널티킥을 잇따라 성공시켜 승리를 주도했다.

22세의 `신예' 페르난도 토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아라고네스 감독이 결단을 내린 세대교체의 결정체다.

문전으로 쇄도하는 환상적인 드리블과 발군의 골 결정력을 겸비한 토레스는 종횡무진 우크라이나 문전을 휘젓다 3-0으로 앞선 후반 37분 쐐기골을 터뜨렸다.

라울의 후계자로 꼽히는 토레스가 진가를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스페인은 20대 초반의 공격수 `듀오'에 중앙 수비수 카를로스 푸욜을 주축으로 한 포백 수비와 사비 알론소, 사비가 포진한 미드필더진의 연결력이 돋보였다.

유럽 최고의 스트라이커 셉첸코마저 이들 앞에선 종이 호랑이나 다름 없었다.

스페인은 조 1위가 확정되면 한국, 프랑스, 스위스가 속한 G조 2위와 16강전을 벌이고 여기를 통과하면 8강에서 F조 1위가 유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과 만난다.

스페인이 한층 달라진 전력을 앞세워 56년 만의 4강 진출의 꿈을 이룰지 주목된다.
/ 연합뉴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