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전'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는 19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16강 진출의 운명을 건 독일월드컵 본선 G조 조별리그 2차전 '아트사커' 프랑스와 결전을 치르는 옛 동독 땅 라이프치히에는 비가 내리고 천둥과 번개까지 동반하는 궂은 날씨가 될 전망이다.

15일 독일 기상당국에 따르면 한국-프랑스전이 열리는 라이프치히는 낮 최고 22℃, 아침 최저 13℃로 토고전이 열렸던 프랑크푸르트와는 완전히 딴 판인 기후 여건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비 때문에 습도는 64%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프랑스와 결전이 펼쳐지는 젠트랄 슈타디온은 4만3천명을 수용하는데 이번 월드컵을 대비해 신축된 경기장이다.

젠트랄 슈타디온은 관중석 쪽으로 일부 차양이 나와 있지만 그라운드에는 비를 막아줄 지붕이 없다.

따라서 경기 당일 비가 온다면 태극전사들은 꼼짝없이 수중전을 치러야 할 상황이다. 경기 킥오프 타임이 현지시간으로 오후 9시라 기온은 일중 최저에 가까운 15℃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쌀쌀하고 비까지 내려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 결전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3일 토고전이 열린 프랑크푸르트의 낮 최고 기온은 32℃까지 올라갔다.

프랑크푸르트 월드컵경기장은 지붕을 닫은 상태에서 경기를 치렀는데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아드보카트호의 심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이런 날씨에서 지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라고 말한 적이 있다.

독일은 현재 전역이 저기압권에 들어 아드보카트호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쾰른 인근에도 낙뢰가 내리쳤다.

프랑스전은 무더위가 아니라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할 것으로 요구되고 있다.

특히 아드보카트호 태극전사들의 '우중 경기' 적응력이 관건이다.

태극호는 국내에서 한 파주 소집 훈련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전지훈련을 통해 빠르고 질퍽한 잔디에서 적응하는 방법을 연마해왔다.

현재로서는 수중전이 한국과 프랑스 어느 쪽에 유리할 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프랑스의 베이스캠프가 차려진 하멜른에 있는 프랑스 취재진은 "비가 오는 게 프랑스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강변했다.

'20 미누테스'의 세바스티앙 보르다스 기자는 "프랑스 대표팀은 마른 잔디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항상 경기 1시간 전에 그라운드에 충분히 물을 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르다스 기자는 "축축한 잔디에서 프랑스의 빠른 패스가 더욱 살아날 것"이라며 "비가 오면 훨씬 속도감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랄사스(L'alsace)'의 스테판 고든 기자도 "프랑스 대표팀은 비가 오는 것을 기뻐할 것"이라며 "볼의 속도가 빨라져 프랑스의 공격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스위스전을 끝낸 프랑스의 간판 골잡이 티에리 앙리(아스날)는 하멜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스위스전 때는 날씨가) 너무 더웠다. 전반을 마치고 나서 이미 지쳤다"며 뜨거운 독일의 날씨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드보카트호도 이미 비가 올 것에 대비한 훈련을 충분히 소화한 만큼 나름대로 적응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달 14일 시작된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 소집훈련에서 잔디를 짧게 깎고 그라운드에 충분히 물을 뿌려서 볼 스피드를 빠르게 만들었다.

또 글래스고 전지훈련에서도 축축한 잔디에 대한 선수들의 적응력과 함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썼다.

비가 오면 볼의 속도는 빨라지는 대신 잔디가 미끄러워 일반적으로는 기술 축구를 구사하는 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프랑스는 유럽의 강호들 가운데 개인기가 좋은 편이라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피드를 앞세운 앙리 등 스트라이커 요원들의 속도를 십분 살릴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아드보카트호도 좌.우 측면에서 빠른 침투를 시도할 경우에는 수중전의 덕을 볼 수도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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