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넣으면 마냥 좋은 '묻지마 관전' 옛말

AGAIN 2002 월드컵을 즐겁게

인천시 남구 용현동에 사는 주부 김용여(41)씨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응원을 하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단다.

월드컵 열기에 쏠려 '묻지마 관전'을 했기 때문이다. 포워드, 미드필더 등 기본적인 축구 용어도 몰랐다. 한국 선수들이 잘 뛰는 것 같거나 골을 넣으면 마냥 좋아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06독일월드컵. 김씨는 한국대표팀의 16강 진출 분수령이 될 프랑스전에서 선발 라인업과 포메이션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4-3-3을 들고 나오지 않을까요. 3-4-3일 때는 중원 장악력이 떨어져 공격의 물꼬를 열지 못하던데...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에 관심을 갖게된 김씨는 이제 아마추어 심판 자격증까지 갖고 해박한 축구 지식으로 무장한 축구 마니아가 되었다.

경기 분석 능력을 지닌 여성 축구팬들이 늘고 있다. 아버지나 남편, 오빠 곁에서 방관자적 입장에서 축구 경기를 시청하다가 축구 마니아로 바뀐 여성이 늘어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팬존 '축구팬 발언대'의 글쓴이 20% 정도는 여성 이름이다. 4년 전만 해도 여성들이 대체로 스타 선수들에 대한 응원글을 올린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경기 내용을 분석하고 평가한 글들이 대부분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표팀 경기가 끝난 뒤 걸려오는 항의 전화나 건의 전화의 대부분은 남성팬들이었는데 최근에는 여성 팬들의 전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월드컵 경기 시청률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앞지르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최근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월드컵 경기의 성별 시청률은 51.5%가 여성이다. 특히 30대 여성의 시청비율이 12.6%로 가장 높았다.

출근 부담이 없는 주부들이 상대적으로 TV 시청을 많이 할 수 있는 탓도 있지만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정에서 차분하게 경기를 시청하게 된 것이다.

TV 채널도 해설자의 스타성 보다는 해설의 정확성을 고려해 선택하는 추세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김수경(35)씨는 "축구 문외한이었던 한일월드컵 때는 재미있는 해설자를 따라 채널을 선택했는데 지금은 경기 내용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전달해주는 해설자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 관계자들은 이 같은 여성들의 변화를 반겨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월드컵 열기가 사그라진 뒤 이들이 국내 프로축구 경기장을 찾을 지는 미지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한국 축구경쟁력은 표면적으로는 대표팀의 전력으로 나타나는 것 같지만 프로축구의 발전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며 "여성팬들이 얼마나 경기장을 찾게 될 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늘어나지 않겠냐"고 희망섞인 관측을 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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