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역예선을 거쳐 엄선된 국가들이 출전하는 월드컵 본선에서 잘해야 진짜 잘하는 것이란 사실은 32억 아시아인들이 모두 공감하고 있는 명제다.

유교 문화를 공유해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나오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과 베트남 언론은 한국이 토고를 꺾고 강호 프랑스와 무승부를 일구자 "아시아의 자랑"이라고 칭찬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의 자랑'으로 불리는데는 아시안컵대회를 3차례씩 제패하는 등 그간 아시아 맹주로 행세하고 있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진이 한 몫을 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이란은 D조 1, 2차전에서 멕시코에 1-3으로 완패한데 이어 포르투갈에도 0-2로 져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인 알리 카리미(바이에른 뮌헨), 메디 마다비키아(함부르크), 바히디 하셰미안(하노버 96) 등의 빅리거들과 `젊은 피'들이 조화를 이뤄 역대 최강으로 꼽힌 게 무색할 뿐이다.

`사막의 모래폭풍' 사우디아라비아도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을 홈과 원정에서 모두 울리며 12전 무패로 4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지만 이번 본선 무대에서는 처지가 이란과 별반 다르지 않다.

FIFA 랭킹 32위 사우디아라비아는 H조 1차전에서 튀니지와 2-2로 비겨 승점을 쌓았지만 2차전에서 졸전 끝에 월드컵 새내기 우크라이나에 0-4로 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독일에 0-8로 대패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에 완패하는 등 유럽팀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모래폭풍'은 아시아에만 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사고 있다.

한국의 동아시아 라이벌 일본의 주춤한 모습도 한국의 위세에 힘을 보태고 있는 듯 하다.

일본은 2004년 아시안컵 챔피언으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 FIFA 랭킹(18위)이 가장 높지만 F조 1, 2차전에서 32년만에 본선에 오른 호주에 1-3으로 역전패한 데다 크로아티아와 득실점 없이 비기는 등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4강이 운과 안방 텃세 덕을 본 '요행수(fluke)'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한국이 아시아 맹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오는 24일 스위스와 조별리그 3차전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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