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택 '아메리카 자전거여행'

자전거는 다리의 연장일 뿐 아니라,세상을 보는 눈이다.…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는 자전거가 지향하는 가치로 미국을,그리고 내 자신을 보고자 했다.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것은 우주에서 티끌 같은 존재인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타기는 자신이 페달로 밟은 몇 미터의 거리에도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삶의 한 방법이다.

홍은택은 자전거야말로 언제까지나 계속되며 안전하고 자동차보다 더 효과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자전거타기가 정착된 사회는 속도와 경쟁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란다.

안장 위에 올라 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바꾸는 일에 동참한 한국의 이 남자는 페달을 밟는 것을 ‘혁명’으로 설명했다. 운전이나 비행이 거리를 단축하는 대신 공간을 죽이는 것과 달리 자전거는 수직과 수평, 순환운동을 번갈아하며 소진에서 지속으로, 경쟁에서 협동으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

너무나 많은 의미를 함축해 놓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일까?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면 미국사회를 지배하는 두 가지 기본 가치인 속도와 경쟁을 가르는 자전거 타기는 저자 말마따나 일종의 혁명이랄 수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미국의 바이크 라이더들의 말을 빌리자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미국인들이 페달을 밟는 순간,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는 것. 석유소비량을 한꺼번에 25퍼센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해석해보면 페달을 밟는 일은 혁명이 아니라 19세기로 돌아가자는 것이기도 하다.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과 이라크전 종군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의 경로로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 Trans America Trail’을 택했다.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를 돌아가ㅑ는 이 길은 1976년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해 2천여명의 바이크 라이더들이 횡단한 경로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자전거는 마술이다’. 아무리 꽁꽁 닫힌 사람의 마음이라도 열어 제치는 자전거는 비록 미국인들의 삶 속을 파고들었지만 속도와 경쟁의 가치가 우선되는 한국사회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 책에는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하루 60킬로미터에서 100킬로미터를 이동하며 기록한 78일간의 자전거 여행이 1976년 미국 횡단 사진과 함께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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