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가 끝나고 무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자 올해는 좀더 특별한 휴가로 힘들었던 장마의 아픈 추억을 달래겠다는 이색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도 강원도 등 수해가 극심했던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 봉사활동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고 침체된 관광경기를 살리는 데 일조하겠다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회사원 성모(37)씨는 8월 초에 가족과 함께 강원도로 휴가를 떠난다.

수마가 할퀴고 간 현장을 둘러보고 복구활동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구슬땀을 흘리며 수재민들과 아픔을 함께 한 뒤엔 비 피해가 덜한 동해안에서 휴식을 취한 뒤 돌아오기로 했다.

성씨는 "올 여름에는 전국적으로 큰 물난리를 겪었기 때문에 그냥 집에 있을까 했지만 작은 힘이나마 보태는 것이 수재민과 우리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박진석(28)씨도 동료들과 함께 31일부터 8월1일까지 강원도 평창 수해 지역을 방문해 수재민들의 복구 작업에 일손을 보탤 생각이다.

박씨는 "힘들어 하고 있는 수재민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었는데 마침 회사에서 수해 지역으로 봉사하러 갈 사원들을 모집한다고 해 자원했다"며 "휴가 기간 이틀을 기꺼이 반납해 봉사를 한 뒤 나머지 휴가를 즐기겠다고 하는 동료들도 꽤 많다"고 전했다.

복잡한 휴양지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조용히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나홀로 휴가'를 택하는 이들도 많다.

인적이 뜸한 산 속 사찰에 들어가 수양을 하는 `템플 스테이'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 휴가 프로그램 중 하나.

회사원 임모(32)씨는 "아는 선배의 소개로 전남 해남의 한 사찰을 찾아 3~4일 정도 혼자 머물다 올 예정"이라며 "큰 절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스케줄도 빡빡하다고 해 일부러 작은 절을 골랐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27)씨도 "이번에 새로 산 자전거를 가지고 월악산 하이킹에 나설 생각"이라며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재충전하고 싶어 홀로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년 간 짬짬이 모은 돈으로 휴가 때가 아니면 가보기 힘든 외국으로 떠나는 해외파도 여전히 많다.

여행 마니아를 자처하는 회사원 김준모(33)씨. 평소 틈 나는 대로 국내외 곳곳을 다니며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올해 휴가 땐 좀더 색다른 여행지에 가보기 위해 고민하다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얼마 전 한 잡지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50곳' 목록을 발견하고 앞으로 매년 휴가 때 한곳씩 50곳을 모두 가보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운 것.

그는 "첫 번째로 올해 목적지는 칠레의 토레스델 파이네 국립공원"이라며 "마지막 50번째가 `우주'인데 과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50년 후가 기다려지고 가슴 설렌다"고 말했다.

공연 마니아인 직장인 신모(29)씨는 올 여름 휴가 때 세계 최고의 공연예술 메카인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신씨는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뉴욕은 꿈의 도시"라며 "그동안 모은 돈으로 가서 보고 싶은 공연들 실컷 구경하고 오고 싶다"며 흐뭇해 했다.

한 국토개발회사에서 수목원을 조성하는 일을 맡고 있는 회사원 노회은(28)씨는 모처럼 맞는 휴가지만 이왕이면 `휴양도 하고 일도 배울 수 있는' 1석2조의 휴가를 택했다.

노씨는 "수목원 조성 기법이 세계적으로 뛰어나고 역사도 깊은 영국의 큐가든과 위슬리 가든으로 휴가를 갈 생각"이라며 "멋진 수목원도 감상하고 회사 일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벤치마킹도 해오고 싶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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