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시인 첫 시집

‘글쓰기를 시작한 지가 이십여 년이 흘렀다.그 동안 많이 썼고 많이 버렸고, 그리고 많이 포기도 했었다. 여기 불혹을 넘기고도 버리지 못한 욕심들을 묶어 알몸처럼 부끄러이 첫 시집을 내놓는다’

지난 2000년 충북작가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김태원 시인(48)이 첫시집을 발간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늦깎이로 문단에 나와 등단 6년만에 펴낸 시집이 ‘무심강변에서의 일박’이다.어머니의 탯줄과도 같은 의미의 무심천과 금강천을 소재로 삶터와 일터를 오가며 조곤조곤 정리한 삶의 흔적이 70편의 시편으로 남았다.

여전히 詩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더 많은 물음과 숙제를 안고 살아가며 어둡고 그늘진 곳을 더 많이 찾을 것이라는 시인.그에게 글쓰기는 주목받지 못하는 많은 이웃한 것들을 생태적 사랑으로 엮어 기꺼이 동행하겠노라는 다짐처럼 여겨진다. 시 ‘불혹의 강가에서’를 통해서는 그러한 시인의 심연에 더욱 바짝 다가서게 된다.

‘높은 곳은 올려다보지 않고/ 아래로 아래로만 길을 가는 절대 지혜로도/ 앞을 가로막히거나/ 돌아서 가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 (중략) … 안으로 안으로 울음 울며/ 매일 밤, 잠 못 이루는 이유를 알았다’

고단하면서도 역동적인 삶을 관조하는 시인은 그러나 과거의 기억을 오롯이 기억과 추억으로만 갈무리하지는 않는다.그리하여 유년의 기억을 상상적 현재형으로 재현해내는 대입과 대화를 통해 시나브로 모든 것을 죄다 내어주고도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시편 ‘무심강변에서의 일박’은 ‘나는/ 빈껍데기의 몸으로도 강을 건널 수 있어/ 유년에 먹던 바람이 몸 가득히 남아 있는 한/ 결코 가라앉지 않아’라며 삶의 진정성을 노래한다.

우리가 진정 회복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시인은 주저없이 사랑임을 강변하지만 그 방식 만큼은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택한다.

우리나라 자연 전체를 은유한 ‘금강천’에선 사람들의 탐욕을 꼬집고,사회비판적 목소리는 ‘시대 가뭄’으로 비유해 문명의 이기에 날선 비판을 늦추지 않는다.

시인은 충북 보은 출신으로 전국 근로자문화예술제 시 부문 금상(1999),가림토문학상 우수작품상(2005)을 수상했으며 현재 충북작가회의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나그네가 멈추어선 마을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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