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현진 스님 / 관음사 주지

經行次(경행차)에 不得開襟棹臂(불득개금도비)하며 言談次(언담차)에 不得高聲戱笑(불득고성희소)하며/ 非要事(비요사)어던 不得出語門外(불득출어문외)하며 有病人(有病人)이어던/ 須慈心守護(수자심수호)하며 見賓客(견빈객)이어던 須欣然迎接(수흔연영접)하며/ 逢尊長(봉존장)이어던 須肅恭廻避(수숙공회피)하며 辦道具(판도구)하되 須儉約知足(수검약지족)하며

걸을 때에는 옷깃을 벌리고 팔을 흔들지 말며, 말을 할 때에는 큰 소리로 떠들거나 희롱하지 말며, 긴요한 일이 아니면 산문 밖에 나가지 말며, 환자가 있으면 자비스런 마음으로 보살피며, 손님을 보면 흔연히 맞아들이며, 어른을 만나면 공손하게 길을 피해야 하며 도구를 다룰 때에도 모름지기 검소하고 절약함으로써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느니라.

경행(經行)은 행도(行道)라고도 합니다. 범어로 ‘비하라’라고 하는데 몸을 풀기 위한 운동으로 공부인이 좌선중에 일어나서 일정한 구역을 지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경행은, 걸음걸이를 말하는 뜻이 강합니다. 걸을 때는 단정한 차림으로 조심조심 걸으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참고로 탑돌이 할 때 걷는 방향은 오른쪽, 즉 시계 방향입니다.

경전에 보면, 불탑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도는 공덕을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우선 재가자 대중이 탑돌이를 오른쪽으로 하면, 야차와 귀신의 공양을 받으며 팔난에서 벗어나고 용모가 빼어나게 되고 다음 생에는 좋은 가문에 태어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살아 계실 때 존경의 예로 부처님을 향해서도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도는 것은, 도는 사람의 오른손이 부처님과 가깝기 때문이었습니다. 인도 풍습은 오른손은 귀함의 상징이고 손은 천함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이와 반대로 왼쪽, 즉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달리기 경기에서 운동장을 도는 방법이 왼쪽이고, 야구의 주자 역시 왼쪽으로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방에서 포행(정진하다가 잠깐씩 방을 도는 것)할 때에도 왼쪽으로 돕니다.

임제종 가풍에서는 걸음을 걸을 때는 무사와 같이 빠르게 걷고, 조동종에서는 반보 간격으로 조심스럽게 걸으라고 말합니다.

옛스님들은, 용행호보(龍行虎步)를 수행자의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뒤를 돌아볼 때는 용처럼 고개만 돌리지 말고 온 몸을 다 돌려서 돌아 볼 것이며, 걸어다닐 때에는 호랑이가 먹이를 노리고 걷듯이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달국사'의 수행담을 이야기하자면 대충 이러합니다.

오달국사가 사미시절 큰절에 살면서 어느 노스님을 지극하게 시봉하였다고 합니다. 몸이 아파서 거동도 못하는 스님을 이 어린 사미는 싫은 기색없이 똥 오줌까지 받아내며 간병하였습니다.

그 덕분인지 노스님의 병은 다 낳게 되었고 어느 날 노스님이 절을 떠나면서 복 주머니를 하나 내밀며, ‘살아가면서 힘든 때가 있을 것이다, 그 때 이 주머니를 열어 보아라’고 말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 어린 사미는, 수행을 잘하여 한 나라의 스승인 국사의 자리에까지 오릅니다. 그러나 어느 날 허벅지에 조그만 종기가 나고 차츰 커지면서 사람을 닮은 인면창으로 말까지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종기 때문에 결국 오달국사는 국사의 자리를 내놓고 궁중을 나와 정처 없이 떠돌다가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데 문득 손에 잡히는 게 있었습니다. 노스님이 준 주머니에는 쪽지가 들어 있었는데 '몸이 아플 때, 청량산 소나무 밑에 있는 옹달샘을 마셔라'고 쓰여있었고, 실제 샘물을 마신 이후 종기는 사라졌습니다.

병마도 알고 보면 게으름에서 온다는 주제였지만 제가 여기서 얻고자 하는 교훈은 오달국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 길을 알게 해준 것은 결국 간병의 공덕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환자를 보거든 자비심으로 보살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환자를 돌보는 공덕을 가장 수승한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간병하는 공덕은 팔복전(八福田)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복밭에 복의 씨앗을 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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