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이들처럼」에서 기이하도록 절절한 미용사 부부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프랑스 감독 파트리스 르 콩트의 99년작.

자신이 「불행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스물 즈음의 여자와, 시퍼런 칼날같은 긴장으로 버텨가는 중년의 남자가 엮어가는 아주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아찔한 매혹과 낭만적 화법으로 그렸다.

지나치다 눈이 마주친 남자들에게는 그저 웃어주고, 예쁜 옷을 보았을 때 입고싶은 것처럼 그들과 사랑을 나누고 싶은 여자 아델. 자신이 숱한 남자들이 지나치는 역이나 대합실같은 존재라고 절망한 그녀가 다리 난간에 선다.

그때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는 이는 칼던지는 남자 가보. 그녀에게서 행운의 조짐을 강하게 확신한다며 자신의 과녁이 될 것을 요청한다.

절대적인 신뢰와 교감을 쌓으며 승승장구하던 두 사람은, 그러나 헤어지게 되고 방황을 거듭하다 다시 다리 난간 위에서 재회한다. 이번엔 가보가 투신을 결심하고 아델이 구원의 말을 건네는 것.

중년의 흔들리는 실존을 고스란히 드러낸 다니엘 오떼이유는 「제8요일」로 낯익은 배우. 처음부터 그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바네사 파라디의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이 압도적이다.

어느 공포영화보다 가슴조이고, 어느 에로틱 무비보다 섹시한 칼 던지기 장면은 인간과 인간간의 「교감」이 그처럼 위태로운 신뢰를 본질로 하고있음을 시각적으로 설파하는 백미. 파리, 이스탄불, 베니스 아테네 등을 흑백으로 잡은 화면은 몽환적이고 「Who Will Take My Dreams Away?」「I’m Sorry」등 음악도 감미롭다. 눈과 귀가 다 살살 녹아내린다고나 할까.

▶감독의 말=나는 기본적으로 비관론자가 아니다. 그래서 좋은 결말의 사랑을 얘기한 것이다. 영화란 삶에 향기를 더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아주고 삶에 대한 의지를 불러 일으켜 주고 싶었다.

▶감독의 다른 비디오=「사랑한다면 이들처럼」「스페셜리스트」「이본느의 향기」「살인혐의」「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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