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업종 취업 기피·중기 잘못된 편견 등 원인

기능인력 고갈 중소 제조업체 (7)

산업현장 문제점 진단 좌담회(上)

우리 경제 고도 성장의 원동력은 기능인력의 힘이다.그러나 기능인력의 산실인 실업계 고등학교가 기능인력 양성의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되면서 지역 중소제조업계를 중심으로한 산업계가 기능인력을 구하지 못해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충북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산업현장의 기능인력 부족 실태와 문제점 진단에 이어 대책은 없는지,좌담회를 마련했다.좌담회를 통해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과 대책을 짚어본다.

▷사회자: 우리나라의 실업교육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산업 현장에서 원하는 기능인력 공급이 끊긴지 오래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이세행(충북공고 교장):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경우 인문계에 진학하지 못해 어쩔수 없이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성이 무시된 채 진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도 기능교육에 어려움이 많다. 기능교육보다는 오히려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을 필요로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들 역시 자녀들의 적성보다 학력을 중시해 진학을 희망한다.

▷김운수(한국산업인력공단 부장): 실업고등학교 학생들이 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해도 취업보장이나 인센티브가 없다. 이 때문에 기능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이 현실이다.앞으로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지역 산업현장의 기능인력 수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여기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기능 경시 풍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현일(그린광학 대표): 70~80년대 우리나라 성장기에는 국가에서도 기술력을 무척 중시했다. 그것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목표아래 기능 인력이 조국근대화의 기수로 불렸다. 그것이 오늘날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능인들을 무시하는 그릇된 풍조가 사회에 만연되면서 기능교육이 소외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이대로가면 우리나라 기술력의 기반이 무너지는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영웅(중기협 중앙회 충북지회 부장): 오늘날 중소기업들의 기능 인력난은 가뜩이나 힘든 중소기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확보도 어려운데다 열악한 근무 여건 때문에 어렵게 확보한 인력마저 빠져나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중소기업 기피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은 항구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사회자: 기능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제조업 현장에서는 문제점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심한 경우 회사를 외국으로 옮겨 가거나 아예 회사 문을 닫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제조업 현장의 실태는?

▷조현일(그린광학 대표): 렌즈 제조 기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기능인력을 구하기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구할 수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광학 제품 특성상 선반과 밀링 등 정밀기계를 다뤄야 하지만 청주권역에서 이들 기술자를 구하지 못해 제품 주문과 사업 확장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업고등학교에서 기술 인력을 공급받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기술력이나 사업규모가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권영웅: 청년층 실업자가 수십만명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일손이 필요한 산업현장에서는 인력이 모자라는 현상이 빚어지고있다. 대부분 기능인력 부족 현상이 심하다. 청년층의 3D 업종 취업 기피와 중소기업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편견 등이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있다. 특히 취업자들이 눈높이를 낮추면 실업은 그만큼 줄일 수 있는 데도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져 산업현장의 인력수급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노동력 부족과 높은 임금상승 등으로 제조업의 공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돼 경제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김운수: 경제관련기관들의 조사에서 나타나듯 산업 협장에서의 생산 기능인력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 상공회의소의 기업경영 애로 실태 조사에서도 생산부문에서 59.3%가 기능인력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국내외 경기불안 및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감소와 생산 증가세 둔화로 지역경제 및 업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억 중소제조 기업들의 큰 고민인 현장직 기능인력 확보를 위해 장기적인 산업기능인력 양성이 마련돼야한다.

▷이종문: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 정밀 기계 분야는 가르칠 애들이 끊어져 기술력이 중국에도 밀리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설비 증설은 접고 외국인들을 고용해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기술자는 없고 외국인은 숙련시키기 힘든 까닭에 신규투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있다. 40~50대 기술 인력에 매달려있는 것이 오늘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사회자: 기능경기대회는 우리나라 기능인력 공급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 역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가?

▷이종문: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기능대회 출전 선수들이 소속해 출전할 대기업이 우리나라에 없어졌다. 젊은 기능인력들의 실력이 뛰어나 뒷바라지를 하면 세계적인 기능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지원이 끊겼다. 우리나라 기능인력 양성의 현주소라서 안타깝다.

▷권영웅: 실업고등학교에서는 우수한 기능인 양성으로 취업이 위주가 되어야 하고 100%로 취업이 보장되는데도 사회 구조가 대학 졸업장을 원하는 경향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학진학을 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실업고등학교에서는 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할 선수를 구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한다. 자녀와 학생들의 적성과 재능을 찾도록 해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한다.

▷김운수: 매년 기능경기대회를 진행하면서 참가자 수가 줄고 기능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지금처럼 기능의 질 저하와 인력난이 지속될 경우 수년 내에 우리나라에 기능인력 공황 시대가 도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에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자치단체와 교육기관, 학부모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세행: 학교는 물론 기업에서부터 우수 기능인력 양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정부와 지자체도 지원 및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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