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3인방, 청장·조사국장 등 요직

“대전국세청의 육삼서오(陸三書五)를 아시나요.”

지난 80년대 공무원이 승진을 할라치면 사무관 3천만원, 서기관 5천만원이 든다는 뇌물관행에 빗대 ‘사삼서오(事三書五)’란 말이 한 때 회자된 시절이 있었다.

뜬금없는 대전국세청 ‘육삼서오’란 신조어에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때 이런 유행어에 직원들은 ‘육삼서오’가 6급 승진에 3천만원, 서기관 승진시 5천만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냐며 실소한다.

이런 신조어는 지난 6월 육사 29기의 강일형 전 서울청 조사국장이 대전청장으로 부임하고 이어 7월에는 조사2국장에 육사 33기인 오정균 전 청주세무서장이 전보돼 오면서 육사 36기인 박의만 조사1국장과 더불어 ‘육사 3인방’의 대오를 갖추면서 화제가 됐다.

그도 그럴것이 대전국세청은 40여년간 특정고(高) 인맥이 청장 등 조사국장 등을 두루 차지했지 특정 학맥의 독점은 일찍이 없었다. 그러나 전군표 국세청장이 들어서면서 인사의 파격이 가해졌다. 육사 3~4년 터울의 청장과 조사 1.2국장의 진용은 병무청은 물론 군부시절에도 볼 수 없는 진기록의 인사가 돼 버렸다.

그것은 문민, 국민정부를 거쳐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 십수년간 민간분야의 군출신 퇴조가 대세였으나 우연치고는 이에 반(反)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

대전국세청 1천400명 인사권을 거머 쥔 청장과 충청권 법인 2만9천여개을 비롯해 80여만명의 납세자 세무조사 권한을 갖는 조사 1,2국장 요직을 육사 3인방이 차지해 이들은 생도시절 거수경례 구호가 통일이듯 대전청을 통일했다. 이들은 오래전 군문을 나선 데다 충청 출신으로 대전청 관내에서 세무서장을 거쳤고 전임 청장과 국장에 뒤지지 않겠다는 자세여서인지 세정가 시선은 그리 부정적이지는 않다.

또 ‘서오’란 말은 지난해부터 복수직 서기관 승진자가 크게 늘면서 신규 보직을 받지 못한 서기관이 5명이 되면서 비롯됐다.

이처럼 복수직 서기관의 적체는 대전청 경사가 분명하나 과장중심 지방청 세정을 감안하면 다소 활기를 잃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전청은 이례적으로 지난달 4급 서기관 승진에서 A,B모 사무관이 승진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D,C과장이 ‘특승’으로 승진하고 지난해 여름 고참급 D모 사무관이 승진하면서 5명의 복수직 서기관으로 넘쳐 나게 된 것.

그러나 문제는 서기관으로 승진한 '50,52년생이 대부분인 이들은 순화보직의 숨통을 트이게 했던 6개월, 1년 교육이 폐지되면서 새 보직을 받지 못해 조급증을 더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명퇴서장 2자리(천안·논산)가 본청 승진자에 밀리면서 기대했던 서장의 꿈은 물거품이 돼 볼멘소리도 들린다.

청내 일각에서는 “예전에 서기관 승진하고 4~5년만에 세무서장을 나갔는 데 요즘엔 2~3년이면 빠른 것 아니냐” 면서 “서기관 승진한 것 만도 큰 행운”이라며 시샘의 눈길도 있다.

아무튼 대전국세청은 ‘육삼서오’로 인해 의욕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김강중 /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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