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적토 아닌 잔적토 성분…식미치 6%대 기록

미호천 100리를 가다

(8) 미호천 수계와 양질의 쌀

미호천 수계 진천,청원지역 쌀은 예로부터 윤기가 흐르고 찰기가 높은 등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거의 다 영근 조생종벼 모습. 미곡 전문가들은 맛좋은 쌀밥의 조건으로,윤기가 흐르고 찰기가 있으며 특유의 구수한 맛을 내야 한다는 점 등을 일반적으로 거론하고 있다.미호천 수계 진천,청원 들녘에서는 예로부터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양질의 쌀이 많이 생산됐다.그래서 생겨난 말이 '생거진천-사후용인'이라는 말이기도 하다.진천군은 92,96,98년 대통령상을 3회 수상했고,또 전국 최초로 '품질인증' 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이에 뒤질세라 청원군도 전국 쌀품질대상을 2001~2003년 3회 연속 수상했고, 금년에는 '청원생명쌀'을 청와대에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호천 수계 청원 소로리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만5천년전의 볍씨가 지난 90년대 발견됐다.소로비 볍씨 모습.
▶왜 미호천 수계에서는 양질의 쌀이 생산될까 = 학자들에 따르면 양질의 쌀이 생산되려면 토양과 기후적인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이중 토양은 잔적토 성분이 많아야 한다. 이때의 잔적토는 진흙층이 아닌 황토성 흙을 의미하고 있다. 기후는 고온다습한 가운데 일교차가 비교적 크고, 또 일사량이 많을수록 좋다.

미곡 전문가들은 "언뜻 생각하면 강하류 충적토에서 양질의 쌀이 생산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며 "이천, 진천, 청원 등 하천중류 내륙분지 지역에서 좋은 쌀이 나오는 것은 일대에 잔적토가 발달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은 질소질 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밥맛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에서도 어느정도 증명되고 있다.

미곡 전문가들은 "강하류 충적토는 토양 영양분이 매우 많지만 양질의 쌀은 나오지 않는다"며 "이는 과영양 토양이 밥맛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밥맛 좋은 쌀,수치로도 증명되나 = 미곡 전문가들은 좋은 밥맛의 기준으로 이른바 '식미치'(食味値)라는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이중 식미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단백질 성분' 수치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단백질 성분이 전체 7.0% 이하면 밥맛이 좋게 되지만, 그 이상이면 취사를 끝낸 밥이 딱딱하고 거칠며 찰기가 적어지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청원군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은 이같은 조건을 상당부분 충족시키고 있다. 청원군이 올 8월 청원생명쌀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단백질 함량이 내수농협산 6.3%, 오창농협산 6.2%, 청남농협산 6.1%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쌀은 외형적으로 ▶수분이 16% 내외로 적당하고 ▶표면에 잔금이 없으며 ▶또 분(粉)이 적고 입자가 통통하게 크다는 점을 공통으로 하고 있다.

미질학상 표면에 잔금이 많으면 수분이 빨리 증발되고 이를 통해 영양분 역시 빠르게 이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인 인연은 없나 = 충북대 이융조 교수는 지난 90년대말 청원군 소로리에서 50여톨의 볍씨를 발견했다. 연대측정을 한 결과, 기원전 1만5천~1만3천년전의 볍씨로 밝혀졌다.

이는 당시까지 세계 최고(最古)로 알려진 중국 화북지방의 볍씨(1만500년)보다 3천년 가량 앞서는 연대기였다. 이에따라 세계 선사고고학계는 이 볍씨의 성격을 둘러싸고 "자연벼인가", "재배벼인가"의 격론을 벌였다.

일부 학자는 "1만 5000년전 한반도는 구석기말 빙기의 끝무렵"이라는 말로, 소로리 벼가 추운 기후에서 자랄 수 있었을까, 또 그 벼가 재배벼일까 등의 의문을 강하게 나타냈다.

논란끝에 국립 작물시험장이 벼 냉해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자연상태의 벼는 섭씨 13도의 저온에서도 70% 이상 발아되는 것이 확인됐다.

또 소로리 볍씨를 전자현미경을 통해 분석한 결과, 낟알의 끝(일명 소지경)이 외부적인 어떤 힘에 의해 잘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소로리 볍씨는 자연벼와 재배벼의 중간 단계인 '순화벼'(domesticared rice)인 것으로 판명됐다.

한반도 농경문화 시작이 1만5천년 전으로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이전까지 동아시아 선사고고학계에는 한반도 신석기인은 정착생활과 토기제작은 했으나 식량생산은 하지 않았다는 견해가 일부 존재했다.

▶극복과제는 무엇인가 = 진천과 청원지역 미질의 우수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식미치중 단백질 수치가 기준점 7.0%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적인 비교로, 일본, 미국, 중국산 쌀 등 세계의 쌀과 비교하면 그 질이 약간 처지는 것으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림부가 지난 2004년에 발표한 '주요국가 쌀의 단백질 함량 평균치' 자료를 보면 일본 5.3%, 미국 5.8%, 중국 6.0% 등의 함량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이들 3개국 쌀이 밥맛이 더 좋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농정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미호천 수계 미래 쌀농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개선 노력으로 '다수확'대신 '고품질' 쌀을 생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청원군 관계자는 "쉽지 않지만 이제 친환경, 생태, 퇴비위주 농법으로 고품질 쌀을 생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미호천 수계의 쌀명성을 개방화된 외국쌀에 내줄 때가 도래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 기획취재팀

▶밥맛 좋은 쌀을 유지하려면

좋은 쌀의 조건은 쌀알이 통통하고 반질반질 광택이 나며 분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표면에 잔금이 없어야 한다. 또 수분은 16%대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쌀을 잘 보관해야 한다.

그 방법은 햇빛이 없고 공기가 잘 통하는 베란다 같은 곳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직사광선에 노출된 쌀은 건조 과정에서 금이 가고, 그 사이로 전분이 나와 변질되기 쉽다.

우리 선조들이 독에 쌀을 보관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만약 쌀에 벌레가 생겼을 때는 바람이 잘 통하면서 서늘한 그늘에 펴서 말리는 것이 좋다. 또 쌀통에 마늘을 넣어두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밖에 사과를 넣어두면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물론 가장 현명한 방법은 필요할 때마다 금방 찐 쌀을 소량으로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식문화 비교

"진지 드셨습니까".지금도 촌로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이때의 '진지'는 그냥 밥이 아닌 따뜻한 밥을 의미한다.이 부분에 한국와 일본의 식사문화 차이가 있다.

우리의 식사문화는 따뜻한 밥을 배불리 먹어야 식사를 제대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본인들은 차가운 밥을 즐겨 먹는다.초밥 등을 먹을 때 따뜻한 밥을 식혀서 회로 싸먹는다.

이러한 식사문화는 밥맛의 차이도 가져왔다.일본은 차가운 밥을 먹는 문화이기 때문에 식은 상태에서도 찰기가 높고 윤기가 흐르는 쌀을 개발해 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따뜻한 상태에서만 찰기가 유지되는 쌀을 개발해 왔다.따라서 우리나라 쌀은 식으면 밥맛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여왔다.그래서 생겨난 말로 "찬밥 대접을 받았다". "찬밥 신세가 됐다" 등이 있다.

▶기획취재팀장= 조혁연 ▶팀원= 정문섭 박상준 한기현 서인석 홍종윤 노승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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