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정애씨 '세상은 놀라운 미술선생님' 펴내

십여년간 지역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던 소설가 김정애씨가 자연에서 배우는 미술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별 의미 없이 지나치던 고물상과 골동품, 한옥 속에 숨어 있는 많은 조형요소들을 보면서 어느 날 부터인가 세상이 온통 그림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그는 최근 아이와 함께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미술의 모든 것을 ‘세상은 놀라운 미술선생님’(아트북스)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나뭇잎 한 장, 길가에 버려진 깡통 한 개가 무엇인가에 쓸모가 있음을 아는 아이라면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할 테고,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라면 세상은 물론 소외된 이웃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가 밝힌 책 밝간 취지다.

이 책은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미술의 다양한 형식과 색채, 조형요소와 상징적 의미를 찾아볼 수 있도록 길안내를 한다. 따라서 흰 벽과 은은한 조명, 근사하게 꾸며진 외관의 화랑과 미술관을 떠올려서는 곤란하다.

김씨는 우리의 생활 터전인 세상이 곧 화랑이고 미술관이며 들판과 하늘, 산과 강, 길과 시장, 집 등 자연과 생활공간이 예술작품의 근원이면서 모티브가 된다고 강조한다. 아이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는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관찰의 힘을 꼽는다. 책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미술과 연결지어 풀어내지만 이야기의 흐름에는 살기에 바빠 자연을 외면하는 어른들을 향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1부 ‘선과 면, 형식으로 보이는 자연’에서는 길에서 원근법을 배우듯 세상 바라보는 시각에 미술을 대입시키고 2부 ‘보고 있어도 그리운 빛깔들’에서는 자연에서 얻은 색채와 그것이 그림에 연출해준 수많은 이미지를 따라가본다.

또 3부 ‘삶의 흔적, 조형예술의 도우미’에선 집과 골동품, 역사의 흔적인 문화재 등 삶의 부산물들이 어떻게 다시 그림이 되고 오브제가 되는지를 알아보며 마지막 4부 ‘인간의 내면과 여행을 꿈꾸는 세상’에서는 신앙이나 재래시장, 신화와 문학이 어떤 자극이 돼서 그림에 반영되는지를 다루고 있다.

특히 책 곳곳에는 오랜기간 지역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며 우정을 나눈 지역 미술인들의 작품이 다수 수록돼 있어 지역문화에 대한 저자의 특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미술의 기초인 선긋기를 설명하면서는 진천에서 작업하는 목판화가 김준권의 ‘학교에서’(1988)를, 나무를 이야기 하면서는 청주에서 활동해온 사진작가 정인영씨의 나무 사진과 괴산 고향집에서 삽십년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빨치산 출신 화백 김형식의 ‘다시 찾은 고향, 고목’(1984)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원과 사각형이 숨겨진 인체 비례의 신비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조각가로 알려진 김복진의 ‘여인 입상’(1924)에 담긴 한국적 정신을 강조했고, 한국화가 손차용의 ‘우주로부터. 和’를 통해서는 크로키를 통한 누드 표현의 완성도를 이야기 했다.

이외에도 조선 상징 소나무와 솔방울을 이용한 작업으로는 이홍원의 ‘설화’(2002)와 손순옥의 ‘송균 굳은 절개’(2005)를, 자연의 오묘한 힘으로 완성된 들꽃의 색채는 연영애의 ‘Blue, Red and Yellow’(1995), 그림에 대한 열정이 강해 붉은 태양을 자주 그렸던 김기창의 ‘태양을 먹은 새’(1968)에서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자연 그 가운데서도 노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김씨는 10여년의 신문사 생활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글쓰기에 접어든 후 허난설헌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단편소설집 ‘생리통을 앓고 있는 여자’에 이어 이 책이 두번째다. 저자의 딸 채림양이 그린 그림들과 사진작가 정인영씨가 제공한 다양한 사진이 책을 통한 그림 읽기의 재미를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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