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피아노교육 사교육비 절감 인기

(2) 괴산 청안초 방과후 학교

폴 교사와 이윤종 교사가 'Market 코너'에서 아이들과 함께 장난감을 사고 팔고 있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 청안초등학교 정문에 들어서면 1천년 된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반겨준다.중앙 현관에서는 금주의 영어 한 마디 'Welcom to be here'가 환영해 준다. 전 학교의 '잉글리쉬 타운'이 시작되는 순간이다.중앙 현관의 시계를 비롯해 학교 곳곳에 놓여 있는 모든 물품마다 영어가 쓰여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영어의 생활화를 익히게 하기 위해서다.2층에 오르면 청안은 물론 괴산, 그리고 충북의 자랑인 'English Zone'이 눈에 확 들어온다.교육부가 전국 최고라고 추천한 서울 강남 대왕초의 'English Zone' 보다 아름답고 훌륭한 시설로 조성 된 청안의 자부심이다.먼저 입구에서부터 아이들의 입 맛에 맞게 밝고 산뜻하다. 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바로 이곳이 외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나올 만큼 외국 분위기와 냄새가 그대로 와 닿는다.바로 이곳에서 유치원을 포함한 청안의 92명 학생들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같이 미래의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다.반총장이 외교관의 꿈을 키우게 된 것이 충주고등학교를 다닐때 인근 충주 비료공장의 외국인 직원 부인이 학교에 와 영어를 가르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영어 이론과 체험학습 코너로 만들어 진 'English Zone'에서 아이들은 원어민 폴(Paulㆍ32) 교사의 지도로 40분 전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그리고 유 미ㆍ이윤종 교사가 유치원 및 저학년 아이들의 영어 듣기와 말하기 등을 돌 봐 준다.미국 켈리포니아 출신인 폴 교사는 현지에서 교사활동을 했던 우수한 실력의 원어민 교사.먼저 아이들은 폴 교사의 지도로 흥겹고 신나는 분위기속에서 이론 공부를 시작한다.다음은 Telephone, Market, Kitchen, Hospital, Bank, Airport 등 8개의 코너를 1주에 한 코너씩을 돌며 직접 영어체험을 한다.Market 코너에서는 폴 교사와 이 교사가 주인이 되고, 아이들은 손님이 돼 물건을 사고 판다. Hospital 코너에서는 의사와 환자로 역할이 나눠져 학습이 이뤄진다.92명 학생 전원이 영어 이름을 갖고 있는 점은 전국 어디에서 찾기 힘든 청안초만의 자랑. 폴 교사는 아이들 출석은 물론 수업중에 이름을 영어로 부르고, 아이들은 평상시에도 서로 영어이름으로 부른다.이같은 원어민 교사와의 자연스러운 영어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어느새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갖게 된다.특히 주목할 점은 '잉글리쉬 존' 한 쪽에 한국의 예절코너가 마련 돼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영어 공부를 하면서도 우리의 멋과 전통을 잊지 말고, 원어민 교사에게도 우리의 멋을 익혀주기 위함이다.이를위해 아이들은 이곳에서 수시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익히는 것은 물론 수업전 폴 교사에게 한복을 곱게 입고 큰 절로 스승에 대한 예를 올린다.같은 시간 피아노와 컴퓨터 교실에서도 이미혜ㆍ장지희 교사의 지도로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 초롱하기만 하다. 이같이 청안초는 현재 원어민 영어와 피아노, 컴퓨터 등 특기적성 프로그램과 대학생 사이버 멘토링, 방학 아카데미 등 3개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당초 청안초의 방과후 프로그램은 컴퓨터 뿐이었으나 지난해 9월 이돈희 교장이 부임하면서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주는 피아노 교실을 열었다.이어 영어가 이젠 필수임을 감안해 충북대 TSC(Time study club)와의 교류협약으로 '대학생 사이버 멘토링제'를 도입하고 초등 영어교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전국 단위학교 최초이다.그리고 지난 5월 교육부의 초등영어 교육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이를위해 지난 여름방학 동안 전 교실을 리모델링하고 English Zone, 컴퓨터실, 도서실, 과학실을 확충하는 한편 학교 홈페이지와 학내 전산망도 새롭게 정비했다.청안초의 특징은 모든 운영방법을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실시하고 집행상황 모두를 학부모에게 공개한다는 점이다.또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사료 전액을 학교예산으로 하기 때문에 전액 무료이다.이러다보니 심지어 교사 출장비마저 한푼도 없는 실정이다.▶추진 효과 = 준모(영어명 Oliverㆍ6년)는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이 생기면서 영어수업이 저절로 기다려 진다.효진(Ashlwyㆍ5년)이도 처음 원어민 선생님을 봤을때 눈 한번 맞추지 못하고 말 한마디 내뱉기 쑥쓰러웠는데 이젠 친구들보다 먼저 인사하고 다가간다.학생 모두가 이같이 자신감이 생겨나 간단한 문장과 손짓, 몸짓을 총 동원해 서로 경쟁하며 원어민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다. 피아노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도, 레, 미, 파 계이름은 물론 피아노 건반 두드리는 법도 몰랐던 아이들이 이젠 좋아하는 동요와 간단한 명곡까지 칠 수 있는 실력이 됐다. 이 결과가 다음달 2일 연주 발표회로 나타난다.컴퓨터부 학생들도 한 해에만 5명의 어린이들이 자격증을 따는 등 저마다 개인의 특기 신장을 위해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방과후 학교의 운영 효과는 매우 컸다. 학생 전출이 줄어든 반면 학생수는 크게 늘어났다. 시골학교의 가장 큰 고민 거리는 이농현상에 따른 학생수 감소인데 청안지역도 마찬가지다.현재 청안지역 일부 초등학생들은 아예 증평에 있는 학교로 입학하는 것은 물론 특히 청안초 아이들도 5학년에서 6학년으로 승급할때 증평지역 중학교로 다니기 위해 80∼90%가 도시로 전학한다.그렇지만 올해는 방과후 학교가 성공하면서 지난해 80명보다 92명으로 늘어났다. 5학년 18명 학생 전원도 그대로 6학년으로 오르는 기적같은 신화를 만들어 냈다.또 연간 2억2천80만원에 해당하는 학부모의 사교육비도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바로 전형적인 농촌지역에서 성공적인 방과후 학교를 통해 '학생이 행복한 학교, 교사가 보람을 갖는 학교,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만족하는 학교'를 만들어 공교육의 성공신화를 일궈내고 있는 현장이다. / 기획취재팀 "도시 부럽지않은 교육환경 조성" <인터뷰> 괴산 청안초 이돈희교장
이돈희교장의 고향은 농촌이다. 모교인 청원 갈산초는 이미 폐교됐다. 때문에 농촌이 처한 현실과 농촌아이들의 실상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해한다.

이교장은 "농촌아이들이 열악한 환경 때문에 대도시 아이들보다 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지 못한다면 이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이교장은 대도시에 남부럽지 않은 학교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전직원들과 함께 노력해 왔고 모든 것을 학교 안으로 끌어 들였다.

영어는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초등학생때의 경험이 평생의 길잡이가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순수한 사랑과 열정의 결과물이 방과후 학교의 성공적인 운영이다.

이교장은 '잉글리쉬 존'을 인근 학교는 물론 타 공공기관에도 개방할 예정이다.

리모델링 중인 도서관 '지혜의 샘터'도 지역민들의 문화ㆍ교육활동 공간은 물론 노인들의 쉼터로 활용해 학교가 지역의 중심이 되고, 노인공경 사상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생각이다.

이교장은 "최고의 시설과 인력을 갖춘 만큼 이젠 학생과 교사, 지역민이 다 함께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양극화 해결 방안은 교육뿐이며 특히 성공적인 방과후 학교 운영"이라며 "앞으로 방과후 학교가 새마을 운동과 같이 해외로 수출되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천년된 은행나무' 校木

청안초 학생들은 밝고 활기찬 모습이다.

방과후 학교가 성공을 거두면서 도시의 어떤 학교도 부럽지 않은 '학생들이 신나는 학교'가 됐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있는 천년의 은행나무도 학교를 지켜주며 정서적으로 아이들을 포근하게 보듬어 안아 주고 있다.

천연기념물 165호로 청안초의 교목(敎木)인 이 은행나무 높이와 가슴높이 둘레는 각각 17m와 7.1m. 고려 성종때 선종을 베풀던 성주가 심은 것으로 980여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청안지역의 상징이다.

이 나무속에는 귀달린 뱀이 살고 있다고 전하여 지며 나무를 해치는 사람은 이 속에 있는 뱀의 해를 받는다고 전하여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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