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충북 괴산 청안면 '객골'

기암괴석과 청정계곡 등 천혜의 자연 환경이 잘 보존 되어있는 괴산의 하늘아래 첫동네 '객골'은 올해말부터 씨감자생산단지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산간 오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국내 최고의 고냉지 산지인 제2의 대관령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혜의 자연 환경이 가장 잘 보존된 괴산에서도 '객골'은 하늘 아래 첫동네로 불릴 정도로 아주 유명하다.

기암괴석과 청정계곡 등으로 어우러진 절경과는 거리가 아주 먼 평범한 산속 마을인 객골은 청안면 소재지에서 청천방면 592번 지방도를 따라 해발 350m 질마재 고개를 넘어 첫 번째 나오는 운곡리 마을에서 좌회전해 포장길 1㎞와 비포장길 2㎞를 더 가야 만날 수 있다.

70년대 중반 주민들이 직접 조성한 비포장길은 30여년이 흐른 오늘도 너비가 4m 정도에 불과해 자동차가 서로 만날 경우 한 차가 양보를 해야만 통과가 가능할 정도로 교통이 불편하다.

이 마을 주민이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면 2㎞ 떨어진 진도리로 걸어가 아침 저녁 하루 두차례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시내버스도 운행하지 않는 오지마을인 객골은 괴산군 청안면 문당 1구에 속해 있는 진도리, 나무절골, 그럭실, 객골 등 4개 자연마을중 하나로 70, 80년대까지만해도 화전민 20여 가구, 200여명이 주민이 북적거리던 제법 규모있는 산속 마을이었다.

오용운 충북도지사 시절 정부의 집단이주 정책에 따라 처음 이 곳에 정착한 주민들은 정부 소유의 산을 무상 임대받아 화전을 일꾸어 생계를 꾸려왔다.

당시 주민들은 보릿고개 등 먹는 것 자체가 생활의 전부인 터라 단양, 괴산읍, 충주 등 도내 곳곳에서 국유지를 무상 임대받아 농사를 짓기 위해 자발적으로 정착한 주민이 대부분이다.

문명 생활을 포기한 이들은 이 곳에서 산과 비탈길을 개간해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밭작물을 심어 자급자족하는 전형적인 화전민 생활을 하며 수십년을 소박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산업화와 도시화 물결이 거세지고 자녀 교육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 명, 두 명씩 마을을 떠나 이제는 김동배씨(69) 부부 한가구만이 유일하게 남아 썰렁해진 객골을 지키고 있다.

지난 65년 단양 영춘에서 부모님과 형제 등 일가족 10명과 함께 집단 이주한 김씨는 정부로부터 국유지 1천평을 무상 임대받아 감자, 옥수수, 보리, 고구마 등 밭작물을 재배하며 40년 이상 생활한 객골의 산증인이자 터줏대감이다.

김씨는 "먹고 사는 것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으나 아이들의 교육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인근 운곡분교와 청안중학교로 보낼 수 있었으나 고등학교는 하숙시킬 돈이 없어 다 보내지 못했다"고 지난 인생을 회고했다.

"화전 생활은 매년 똑같은 일의 반복입니다. 밥을 굶지 않는 것 자체를 고맙게 여겨야 할 정도입니다. 아이들이 길도 없는 산너머 학교로 통학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부모를 잘못 만나 너무 고생을 시켰습니다.지금은 모두가 증평 등 외지에서 잘살고 있어 행복합니다"

40년 넘게 객골에서 생활한 터줏대감인 김동배씨. 그런 김씨도 지난해 마을 일대가 괴산바이오씨감자 생산단지 부지로 지정되자 지난 봄 40년 이상 살던 정든 집을 떠나 옛집이 먼발치서 내려다 보이는 부모님 묘소옆에 새로 집을 짓고 이사를 했다.객골이 씨감자 생산단지로 지정된 것은 바이러스 등 자연적 병해충 관리를 위해 외부와 격리된 고지대인 데다 토질이 양토와 사양토로 병해충 발생을 억제해 씨감자의 기능 유지에 최적지이기 때문이다.즉 객골이 문명하고 격리된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씨감자 생산단지의 최고 조건인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객골은 올해말부터 씨감자생산단지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산간 오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조만간에 국내 최고의 고냉지 산지인 제2의 대관령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김씨는 현재 토지수용 보상비로 지은 새집에서 살고 있지만 삶의 터전이 밭이 모두 씨감자 생산단지로 수용되면서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앞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상황이다."40년 넘는 화전민 생활에서 남은 것은 겉만 화려한 이 집 뿐입니다.평생 농사만 지며 살았는 데 토지 보상비가 너무 적어 다른 곳에 땅을 구입할 수 없어 농사도 짓지 못하게 됐습니다.지금은 하루빨리 씨감자 생산단지 공사가 준공돼 일자리를 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김씨는 "객골은 평범하지만 자연에 순응하며 정직하게 살아온 오늘의 자신을 만든 제2의 고향"이라며 "이 생명이 다할 때까지 부모님 묘소를 지키며 안사람과 함께 객골을 마지막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한편 괴산군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문당리 694-1번지 객골마을 일대 49만여㎡ 부지에 총 61억원을 투입해 망실하우스, 저온저장고, 작업 및 선별장, 농기계보관창고 등을 설치하고 오는 2008년부터 씨감자를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장 = 박상준 제2사회부장 ▶팀원 = 한기현(괴산), 김용수(사진), 이지효(제2사회부) "제2 대관령으로 우뚝 설 것"정우춘 바이오씨감자 기획팀 연구사
"하늘 아래 첫동네로 불리는 괴산 청안면 문당리 객골마을은 고지대인 강원도 대관령처럼 씨감자 생산단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습니다.오는 2007년 씨감자 생산단지가 준공되면 객골은 10년내 바이오농업의 메카로 우뚝 설 것으로 확신합니다"

바이오씨감자사업을 실질적으로 주관하는 정우춘 괴산군 바이오씨감자기획팀 연구사(41)는 산간 마을인 객골이 씨감자 생산단지로 선정된 것은 바이러스 이병률이 최소화할 수 있는 외부와 철저하게 격리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씨감자기획팀에 따르면 사과 등 다른 작물과 달리 씨감자 생산단지는 진딧물 등 주변에 감자 바이러스 발생 매개물이 없거나 과수나 채소 등 주기적 약제 살포로 2차 피해가 적은 지역이어야 한다.

또 구릉 고지대로 자연적인 바람을 이용해 바이러스 방제가 가능하고 토질이 양토와 사양토로 우량 씨감자 생산을 위한 토성 및 배수 여건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종자산업법에 의한 포장 및 종자검사시 합격률을 높일 수 있도록 외부와 격리된 고지대에 조성해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한해, 홍수, 이상저온 및 고온현상이 국지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위험 분산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객골은 외부와 격리된 분지에 위치해 집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등 씨감자 재배에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 연구사는 "지방도에서 10분 이상 자동차를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객골에 내년까지 도비 25억원, 군비 36억원 등 총 61억원이 투입돼 망상하우스와 저온저장고 작업 및 선별장, 농기계보관창고 등 연간 600톤 규모의 씨감자생산단지가 조성된다"며 "이 사업이 완료되면 객골은 10년내에 강원도 대관령에 이어 전국 최고의 씨감자 생산단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씨감자생산단지 조성사업은 대학찰옥수수와 괴산청결고추에 이어 괴산의 농업을 바꿀 획기적인 획기적인 사업"이라며 "앞으로 씨감자하면 강원도 대관령이 아닌 괴산 바이오씨감자가 먼저 떠오를 수 있도록 최대한 행재정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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