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충북 이렇게 바꾸자 (2)

진경수 / 충북지역혁신연구회 연구위원

지금 우리는 변하고 있는가? 변화의 노정에서 지금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
충북의 대표적 엘리트 집단이라면 공직사회와 대학을 들 수 있다.이들의 변화에 충북사회가 주시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변하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

5·31 지방선거만 해도 ‘누구는 중앙에 인맥이 있으니깐 돈을 많이 얻어올 수 있을 거야,그 사람이 꼭 단체장이 되어야 우리가 잘 살 수 있을 거야…’라고 여론을 몰아간 게 엘리트들이었다.그래서 선택케 해 놓고는 금방 눈에 보이는 결실이 없다고 불만들이다.‘그러면 그렇지,누구나 똑같지 별 수가 있겠어…’.그러면서 기왕 뽑은 지도자들을 폄하하는데 열 올리는 사람도 바로 그들 엘리트들이다.자신들은 어떤 처지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충북 주민들이 이런 엘리트들의 여론 몰이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직도 스스로를 ‘주변부’로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주변부 사람들은 못살기 때문에 항상 ‘중앙으로부터 먹을 것을 얻어 와야 한다’는 의존적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이제는 우리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충북은 주변부 사람들의 의존적,구걸적 사고로부터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그 동안의 지방자치 경험으로 볼 때 단체장의 역량과 능력, 그리고 리더십은 매우 중요했다. 그 지역이 잘 살고 못 사는 것이 전적으로 단체장의 능력과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수 없이 보고, 그리고 느꼈다. 단체장이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지자체는 내부적인 갈등과 고통은 물론 지역 발전마저 더디었다. 반면 단체장이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리더·쉽을 발휘한 지역은 발전이 가속화 되었던 것이다.

민선 4기가 시작된 지 5개월쯤 지나자 도내 단체장의 개별적 역량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직도 지역발전의 방향조차 설정 못한 채 공약만 뒤적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사장은 열심히 누비면서도 공약으로 내세운 기업 및 투자유치는 까맣게 잊고 있는 사람도 없지 않다. 또 인사권을 행사 한답시고 능력과 역량보다는 산하 공무원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사례도 여기저기서 보인다. ‘변화(change)’는 ‘기회(chance)’이다. 활용 여하에 따라서는 결실에서 천양의 차이를 보인다. 그러므로 변화를 잘 활용하여 좋은 결실을 거두는 것이야말로 단체장의 능력이다.

변화는 ‘철 밥통’들에게도 필요하다. 흔히 공직사회에서는 실패는 없고 성공만 있다고 한다. 정말일까? 그렇다면 우리 충북은 이미 선진 지역이 되었어야 한다. 그 동안 충북 공무원들이 기획하고 추진한 사업이 다 성공했다면 충북을 떠나는 사람은 왜 생기겠는가? 찾아오는 사람들만 북적될 텐데 말이다.

이제라도 공직사회는 실패한 사례도 공개하고 인정해야 한다. 성공한 사례만 골라 자랑하는 ‘못난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실패를 공개하는 용기야말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하는 교훈이 된다. 실패를 ‘네 탓’으로 치부하고 차례로 부하직원에게만 책임 지우는 관행도 고쳐야 한다. 성공에 대해서는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박수를 처야 하지만, 실패에서도 교훈을 찾는 지혜로움이 있어야 한다.

당 태종 이세민은 역사를 읽으면서 방현령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짐이 직접 역사의 기록을 보는 것은 만에 하나 옳지 못한 일이 있다면 이를 귀감으로 잘못을 고쳐나가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짐이 행한 일도 있는 그대로 기록하라’고.... 이는 분명 누구도 역사의 진실을 가릴 수 없기 때문에 비록 잘 못한 일이라 해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공직자들의 변화는 개인적으로 현재의 위치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게 대부분이다. 때문에 다수 공직자들은 ‘가만히 있으면 될 텐데 까짓것 뭘 한다고 그래, 괜히 나섰다가 잘못되면 자신만 손해 볼 텐데…’. 조용히 자리만 지키면 책임 질 일도 없을 테고, 세월 따라 흘러가다 보면 승진도 되겠지…., 잘살고 못사는 것은 타고난 팔자인데 날뛴다고 별 수 있겠는가? 상사한테 미운 털 박힐 필요 없이 그저 잘 보이고, 시키면 하는 척 대충 대충 때우면 되는 거지 뭐’…·이와 같은 소리를 공무원들은 마치 ‘처세의 비방’이라도 되는 듯 주고받고 있다.

참으로 기 막히는 일이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공무원이 공복’이란 사실은 잠시라도 잊어서는 이미 공무원이 아니다. 적어도 월급 챙겨주는 사람에게 받은 돈 만큼의 서비스는 제공해야 ‘공정거러가 아닌가? 더 이상 ‘철 밥통’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듣지 말아야 한다. ‘복지부동의 철 밥통’으로 비난 받는 사람은 소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당히 세월만 보내는 요령 좋은 철 밥통’들이 있는 한 다른 사람들의 고통은 그 만큼 클 수밖에 없다.

민선 4기에 들어 충북은 ‘경제특별도 건설’을 표방하고 있다. 이 역시 구호로만 되는 게 아니다. 충분한 기획과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충북, 투자하기 좋은 충북’을 제대로 하려면 공격적 마케팅도 필요하다. 대상 기업을 선정하였으면 끈질기게 접근해야 한다. 찾아가서 구두라도 닦아주고, 정문 앞에서 정중히 인사하고 미소 짓는 노력도 요구된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은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진정 충북 발전을 위해 충북 공무원 각자가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냉철히 생각할 때다.

대학 역시 충북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스스로의 변신이 시급하다. 충북도내에는 4년제 대학 11개, 전문대학 6개가 있다. 이들이 충북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재를 능동적으로 길러내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대학이 학생 위에 군림하고 지역과 동떨어져서 일방적 교육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대학도 변하지 않고는 존립이 불가능한 시대다. 최근 도내에는 아픔을 감내하면서 변화를 시작한 대학들도 많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아직은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은 미래의 충북사회가 필요로 할 인재를 미리 예측하고 육성·배출함으로써 충북만의 독창적인 산업을 일궈내는데 그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

충북에는 농업계 5개, 공업계 12개, 상업계 13개 등 총 30개의 실업계 고교가 있다. 지금 실업계 고교 역시 특성화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바뀌지 않으면 학생 모집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화 몸부림이 충북지역 산업과 얼마만큼 밀착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이들 문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도 문제다. 일부 학과의 경우 과잉 또는 과소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혹시라도 교직원들이 자기자리 보존 때문에 학교를 엉뚱한 데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현재의 충북산업과 미래 발전방향에 보조를 맞춰 변화를 추진하는지, 아니면 임기응변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는지는 누구보다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참으로 깊은 반성과 고뇌가 필요한 대목이다.

변화는 기상예측과 같다. 많은 요소들을 분석하여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듯이 충북의 교육도 미래의 발전 요소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또 교수, 교사 등 교육관계자들도 남의 변화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구체적인 예는 들지 말자. 지금 처한 자신들의 처치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알지 않는가?

이제 충북은 변방이 아니다. 국토의 중심핵으로서,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중이다. 도민 모두가 힘과 의지를 모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 모두를 제대로 성취하기 위해서는 먼저 충북의 공직사회와 교육계 관계 구성원들이 머뭇거리지 말고 변화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져야 한다. 실패를 걱정하지 말고, 실패를 감추지도 말아야 한다. 충북의 발전은 공직자와 교육계 엘리트의 양 어깨에 달려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일무사, 복지부동적 사고가 충북선을 침몰시킬지도 모른다. 진정한 변화는 각자가 사회적 요구에 맞춰 탈바꿈을 하는 것이다. 곤충만이 탈바꿈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충북 엘리트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변화, 즉 스스로 탈바꿈을 할 때인 것이다.

키워드

#연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