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I·부동산대책 등 계파별 시각차 뚜렷

열린우리당이 최근 집권여당으로서 ‘정책능력’을 상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종 이슈 마다 중구난방 목소리를 내면서 여당으로서 기능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정책에 따라 개별 의원들의 발언이 쏟아져도, 지도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한 채 그저 지켜만 보는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 이라크파병 연장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등 주요 국가 현안에 대해서도 ‘당론’을 내놓지 못하며 겉돌고 있다는 비판론도 확대되고 있다.

임종인·정청랠유승희 의원 등 여야 의원 37명은 21일 오전 이라크에 파견된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임종석 의원의 경우엔 이날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자이툰 부대 철군계획서 제출 요구를 당론으로 추진하자고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당 지도부가 오는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확정하겠다고 거듭 자제를 요청했지만 결국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근태 의장은 전날 비상대책회의에서 “논란이 있더라도 충분한 토론을 통해 당론을 모으는 게 민주정당의 힘”이라며 간곡히 당부하기도 했다.

변재일 제4정조위원장은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주택가격을 현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도록 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가 각종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당내 부동산 정책의 실무책임자인 정조위원장이 참여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8·31 대책에 배치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21일 원내전략회의에서 “개인적 입장 표명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종부세와 관련 우리당은 어떤 논의도 없었고 검토대상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여당의 이 같은 정책혼선이 앞으로 더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당론과 다른 목소리들이 차기 대선주자 그룹을 중심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정계개편 논의와 맞물려 의원총회 기능 강화를 촉구하는 개별 의원들의 움직임이 활성화되는 것도 정책혼선에 한몫하고 있다.

향후 강봉균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한 당 정책실과의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목희·임종석·이인영·박영선 의원 등 20여명의 개혁성향 의원들은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의 정책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일동’(가칭)이라는 모임을 갖고 당의 실용, 보수화 경향에 대해 제동을 걸 예정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도력의 위기다. 확실한 리더십이 없기 때문에 정리되지 않고 조율되지 않은 의견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며 “서둘러 당과 지도부가 재정비돼야 이를 해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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