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같잖아서…, 이놈의 정권은 어찌 된 게 밤낮 싸움만" 파문 확산

열린우리당 최고령 국회의원인 이용희(보은·옥천·영동) 국회 부의장이 지난 21일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인사 스타일을 비판한 발언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 부의장은 이날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론스타 사건 관련자 영장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 간 공방을 질책하며 “대통령이 통수를 못해서 그렇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부의장은 또 “그동안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문제를 놓고 그렇게 싸우더니 그게 끝나니까 검찰과 법원이 붙어서 싸운다. 이놈의 정권은 어찌된 게 밤낮 싸움만 하느냐”며 “될 수 있으면 양보하고 져주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이 부의장은 또 “하도 이상스러워서 한 말씀 드린다”고 운을 뗀 뒤 노 대통령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휩쓸린 김석동 금감위 부위원장을 승진시킨 것을 문제삼았다.

이 부의장은 “지난달 27일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일을 하다가 문제되고 언론에 얻어맞는 것은 개의치 않으며 그래서 김석동이란 사람을 승진시켜서 금감위 부위원장을 시켰다’고 말했다”며 “대통령이 뭔가 허위보고를 받았거나, 검찰이 잘못했거나 누군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을 대해 당내에서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 부의장까지 나서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운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또한 정대철 상임고문 등 당 원로들이 정계개편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 국회 부의장이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용희 부의장 측은 22일 “언론에 의해 본질이 흐려지고 확대·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론스타 영장 기각사건을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이 갈등을 벌이고 있는 것을 지적하는 가운데에 대통령의 통치·인사스타일에 대한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대통령의 잘못이라는 부분은, 국정통수권자로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이처럼 심각한 상황이라면 대통령도 일정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취지”라며 “이를 정계개편과 연결하는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의 발언에 틀린 내용이 없다며 동조하는 의원들도 많다.

충북지역의 한 의원은 “이용희 부의장이 평소에 하시던 말씀”이라며 “민감하게 생각할 문제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의장이 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지적한데 대해 “김석동 금융감독위원회 부의원장 승진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다. 청와대가 분명히 잘못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인사문제는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 하락에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은 “대통령은 당 원로의 고언에도 귀를 닫을 것인가”라고 비판하며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이재정 통일부장관 후보자,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 후보자 지명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집권여당의 국회부의장까지 나선 유례가 없었다. 참으로 볼썽사납지만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대통령은 이제 독선적인 통치스타일과 오기 코드인사에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전효숙·이재정·송민순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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