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前 충북대강사 하문식씨 '고인돌왕국 …' 논문

▲ 前 충북대 강사 하문식 교수가 고조선 고인돌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기, 국내 선사 고고학계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북한 노암리 고인돌 모습.
고인돌이 단순한 매장묘가 아닌, 화장(火葬)을 동반한 선사시대 무덤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지배자 한 명만을 묻은 것이 아닌, 여러 명을 함께 묻은 이른바 집체무덤일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 충북대 강사 하문식(현 세종대 교수) 씨는 얼마전 서울에서 열린 '민족문화의 원형과 정체성 정립을 위한 학술대회'에서 '고인돌 왕국 고조선과 아시아의 고인돌 문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고인돌에 대해서는 ▶청동기시대에 출현했고 ▶고조선 때 가장 많이 세워졌으며 ▶그 성격은 족장 등 당시 지배계급의 무덤이라는 것이 정설의 위치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이날 하 교수는 ▶단순 매장무덤이 아닌 화장의 흔적이 보인다 ▶지배계급 1인이 아닌 여러 명을 함께 묻은 흔적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천계(天界)와 지계(地界)를 연결하는 의미로 새(鳥)를 껴묻기(副葬)했고, 겉보기와 달리 매우 고차원적인 건축공학 이론이 동원됐다고 주장, 국내 선사 고고학계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는 화장 흔적에 대해 "북한 상원리나 중국 길림성 지역 고인돌 무덤에서는 불탄 재, 많은 양의 숯, 덜탄 목재 등이 함께 출토되고 있다" 며 "이는 화장 흔적으로 사자에 대한 어떤 문화적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 이라고 밝혔다.

복수 무덤에 대해서는 "주무덤방 옆에는 여러 개의 방, 많은 곳은 11개의 딸린 방 흔적(평남 용산리 5호 고인돌)이 나타나고 있다" 며 "이는 순장 풍습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하 교수는 친족 관계자가 함께 묻혔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토론자로 나선 경기대 유태용 교수는 "복수 무덤은 맞아 보이나 친족이 아닌 지배자와 그의 노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 말했다.

하 교수는 또 새뼈가 부장품으로 출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예로부터 새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영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다" 며 "이는 붉은색 칠을 한 토기와 함께 영생(永生)을 기원했던 의식으로 볼 수 있다" 고 밝혔다.

이밖에 하 교수는 북방식으로 불리우는 '탁자식 고인돌'에 대해 "겉보기와 달리 상당히 정교한 건축공법이 동원됐다"며 그 근거로 굄돌이 안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세워진 점을 들었다.

탁자식 고인돌은 높은 굄돌 위에 덮개돌은 얹은 경우로, 멀리서 보면 마치 탁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굄돌을 똑다로 세우면 그 위에 놓인 덮개돌이 다소 불안정해 진다"며 "당시 사람들은 이를 인지, 굄돌은 사다리꼴 모양으로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하 교수는 북한에 100기 이상의 '떼고인돌'이 20곳 이상 존재하는 점 등을 들어, 고조선이 세계 고인돌 문화의 중심지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세계 어느 곳에도 고조선만큼 고인돌을 많이 세운 곳이 없다"며 "아마 고조선 고인돌 문화가 해양교류를 타고 세계 각지로 퍼져나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선사 고고학자들은 이미 신석기 때부터 해양교류 문화가 존재했던 것으로 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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