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트뉴스」지가 지난 1세기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25인으로 선정한 세계적인 비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씨가 서울에서 대규모 기획전을 갖는다.

백씨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미국 뉴욕구겐하임박물관에서 열렸던 「백남준의 세계(THE WORLD OF NAM JUNE PAIK)」에 전시된 작품 모두를 이달 21일부터 10월 29일까지 일반인에게 선보인다. 구겐하임박물관 전시회는 개관 이래 아시아 작가 첫 전관 초대전으로 25만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가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호암갤러리와 로댕갤러리 두 군데로 나눠서 열리는 이번 기획전은 지난 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불굴의 의지를 잃지 않고 있는 그의 예술혼을 뜨겁게 느끼게 할 것으로 기대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서울전에서는 40년에 달하는 예술적 창조의 기간을 미술사의 전면에서 활약했던 백남준의 비디오 전사, 비디오 시기, 후기 비디오 시기(레이저 작품)로 구분해 전시된다.
총 1백여점에 달하는 작품들은 내용과 규모에 따라 레이저 작품은 로댕갤러리에서, 비디오작품은 호암갤러리에서 동시에 전시된다.

로댕갤러리에서 관심을 끄는 작품 「야곱의 사다리」는 물과 거울을 이용한 8미터 높이의 지그재그형 레이저 설치물로 바닥에서 천장으로 이어지는 빛의 반사를 통해 힘차게 사다리를 오르는 모습을 표현, 마치 성경 창세기에 기록된 지상의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하느님이 마련한 구원의 상징물을 연상시킨다.

또 TV 모니터 50대와 함께 천장 스크린에 레이저 그래픽이 전시되는 「감미로움과 숭고함」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소용돌이 패턴 사이에 주역의 괘를 그려 넣어 세계가 우주의 원리에 의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63년 독일 부퍼팔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인 음악전람회_ 전자텔레비전에 출품한 「조정된 피아노」도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이와 함께 백씨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시철사나 인형, 사진, 장난감, 브레지어, 깨진 달걀 등 각종 잡동사니를 피아노에 부착한 모습을 하고 있는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차르트의 진혹곡을 조용히 연주하며」도 전시된다.

이밖에도 「임의적 접근」「비디오 물고기」「달은 가장 오래된 TV」 등 걸작들도 전시된다.
주최측은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고 21일과 9월 5일, 10월 5일에는 강연회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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