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알려진 여성 생식기설 뒤집어

이융조 명예교수 정년논총

고인돌 '굼' 현상은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설과는 달리, '치병'(治病) 흔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밖에 청동기 시대 한 부족은 대략 6~10㎞ 정도의 세력 범위를 가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 숙지고등학교 우장문 교사가 최근 이융조 충북대 교수 정년 논총(한국 고대학회 최근호)에 '경기지역의 고인돌에 새겨진 굼의 연구'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경기지역에는 임진강 54기, 한강 506기, 안성천 수계 51기 등 총 611기의 고인돌이 존재하고 있다.

고인돌 '굼' 현상은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설과는 달리, '치병'(治病) 흔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움푹들어간 모양이 굼이다.
이중 굼이 존재하고 있는 고인돌은 68기로, 전체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굼'은 세칭 곰보 현상과 같은 모습으로, 고인돌 표면이 움푹 들어간 현상을 말한다.

이와 관련, 국내 선사 고고학계에는 천둥 경외설, 불씨제작 관련설, 태양숭배 표현설, 여성 생식기 상징설, 장례식 예술 표현설, 별자리 상징설 등 6~7가기 설이 등장해 있으나, 어느 설도 정설화된 위치를 확보하지 못했었다.

다만 굼은 여성 생식기를 새긴 흔적(性穴)으로, 이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다산과 풍요를 기원했다는 설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우 교사는 이번 논문을 통해 이를 새롭해 해석, "여성 생식기를 새긴 것이 아닌 치병 기원 흔적"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한 고고학적 근거로 ▶탁자식보다 덮개식 고인돌에 굼의 수가 월등히 많은 점 ▶또 가장 큰 고인돌이나 혼자 외떨어진 고인돌에 굼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 등을 거론했다. 그는 "탁자식은 높이가 높기 때문에 굼을 새기기 어려우나 덮개식은 낮기 때문에 굼 새기기가 훨씬 수월하다"며 "이는 고인돌이 처음 만들어진 이후 당시 사람들이 어떤 의도성을 가지고 굼을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가장 크거나 외떨어진 고인돌에 굼을 압도적으로 많이 새긴 것은 두 개 돌을 대표성으로 삼아 어떤 기원을 한 흔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결론으로 "지금도 아이들이 배가 아프면 어머니나 할머니가 배를 문질러주는, 이른바 '엄마손이 약손' 현상이 행해지고 있다"며 "당시 사람들도 고인돌을 대상으로 유사한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고인돌 굼은 어떤 것은 넓고 깊고, 반면 어떤 것은 좁고 낮다"며 "이 경우 전자는 부족 구성원이 부족장의 치병을, 작은 것은 가족이 그 구성원의 치병을 기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융조 충대 명예교수는 고인돌 주변에서 뚜르개와 쪼으개가 자주 발굴되는 점을 들어, 이들 석기가 굼을 파는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우 교사는 굼이 많이 새겨진 고인돌이 6~10㎞마다 존재하는 점을 들어, 당시 1개 부족의 세력 범위도 같은 넓이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논총에는 우 교사의 논문 외에 이융조, 박선주, 하문식, 김주용, 우종윤, 조태섭, 조상기 씨 등 30여편의 고고학 전문가 글이 소개되고 있다.

▶고인돌 종류는

탁자식, 덮개식, 바둑판식 등 3종류가 있다. '탁자식'은 지상에 2개의 다리(脚)를 만든 후 그 위에 납작돌을 얹는 모습이다.

탁자식은 그 외형이 마치 책상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북방식이라고도 불린다.

반면 '덮개식'은 지하에 묘실을 만든 후 바로 상석을 올린 경우로, 일명 '개석식'(蓋石式)이라고도 한다. '바둑판식'은 탁자식보다 다리 가 낮은 경우로, 남방식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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