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론 살려 '현장맞춤형' 강의


▲ 청주大 겸임교수 박노현 충북경총 사무국장
"한마디로 '꼰대'같은 이미지가 물씬 나는 교수님에요. 엄할땐 정말 무섭지만 강의가 무척 재밌어요. 일선 경험을 곁들여 설명해주셔서 이해도 한결 쉽고요"

호랑이 겸임교수로 소문난 박노현(57) 충북경영자총협회 사무국장의 청주대학교 4학년 경영학부 노사관계론 수업시간.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이 금방 느껴진다.

이날도 박교수는 빔 프로젝트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어깨에는 큼지막한 가방을 둘러메고 10분전 강의실에 도착, 서둘러 빔 프로젝트를 설치했다. 3년전부터 시작한 대학강의는 늘 이렇게 시작한다.

박 교수의 이력은 다양하다. 수업이 끝나면 300여명 충북도내 CEO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충북경영자총협회의 살림을 이끌어야한다. 충북경총 사무국장을 맡기전엔 기아자동차 근무를 시작으로 과기부, 산자부 출연기관, 한성식품 CEO, 충북도립노인병원 행정원장과 영동병원 재단 이사장을 하기도 했다. 경영학 박사와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박 국장이 강단에 선 이유가 궁금했다.

"동년배들이 그렇듯 어렵사리 공부했습니다. 내가 공부한 것을 조금이라도 후학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강단에 섰지만 쉽지만은 않네요"라며 "다양한 경험을 이론과 접목시켜 가르치고 싶습니다. 학생들의 반기업, 반시장 정서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고요"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박 교수의 강의는 현장 중심의 맞춤형이다. 이날 수업을 받는 25명의 학생을 그룹별로 나눠 직접 회사를 방문, 경영자와 노조대표를 만난 뒤 사례중심의 노사 상생문화를 제출토록 과제를 주었다. 물론 회사와 한국노총에 공문을 보내 방문약속을 다 잡아주었다. 여기에는 여러 교육목적이 있다. 조직문화를 생생하게 전달받아 학생들이 향후 진로를 현실적으로 찾게 하기위해서다. 아울러 도내 좋은 기업들을 미리 보고, 취업기회를 주기위해 남다른 과제를 낸 것이다.

대학과 기업간 다리역할을 하고있어 박 교수의 강의는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엄하기도 하다.

"어디 기업이 그리 호락호락한가요. 미리부터 학생들이 기업 조직문화에 적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수업 분위기만큼은 엄하게 이끌어가요"라고 말한다.

이번 학기 노사관계론 수업 첫 날 50여명이던 수강생이 점차 줄어 수강신청 최종 변경기간인 3주째는 지금의 25명으로 줄었다.

얼렁뚱땅 공부할 학생은 수업을 듣지말라고 잔뜩 겁을 준 결과다.

그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점심시간을 아낀다. 3시간 연속강의중 휴식시간은 중간 5분이 전부로 끝나는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끝낸 적이 한번 없다.

토, 일요일은 도서관에서 산다. "열심히 수업준비를 못한 날은 낯이 화끈 거려요. 학생들에게 최선의 수업을 제공하는게 학자의 양심 아닌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교수가 지금 3개 대학·대학원을 출강하고 있다. 여기서 버는 돈은 모두 자기 돈으로 부인은 아예 간여하지 않는단다.

이중 일부를 갖고 박 교수는 수년째 가정이 어려운 제자의 등록금을 내주고도 있다.

"한 주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로부터 보통 20여통의 메일이 와요. 그들과 상담하며 미래 기업인의 자세에 대해 희망과 비전을 심어주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는 박 교수는 "취업한 졸업생들의 전화를 받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 박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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