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전체 폭력중 가정폭력이 34% 차지

# 결혼 25년 차인 A씨는 25년 동안 매일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편집증과 의처증이 강했던 남편은 별다른 이유 없이 A씨를 때리기 시작했고, 주위에 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집어 들어 폭력을 행사했다.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으로 인해 A씨는 고막이 나가고 이가 부러지고 팔이 부러지는 등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온 몸의 멍은 물론 마음의 멍까지 든 A씨는 이제는 자유롭고 싶다고 조용히 외치고 있다.

# 6살 된 딸을 데리고 재혼한 B씨는 남편으로부터 10년간 상습적으로 매를 맞으며 살아왔다. 직업이 없던 남편은 아내가 일하러 나간 틈을 타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해왔다. 이유는 "늦게 들어온다", "말 대꾸를 한다", "참견한다" 등이었다. 가정폭력에 의한 정신적 충격(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으로 딸은 2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B씨는 "남편 발소리만 들어도 무섭고 전화 벨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린다"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 알콜중독자인 남편은 술만 마시면 360도 돌변해 사실혼 관계인 C씨에게 주먹을 휘둘러왔다. 평소에는 잘 해주다가도 술만 마시면 끝은 항상 폭력이다. 그러다 술이 깨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소로 돌아와 "다시는 안 그러겠다. 잘못했다. 미안하다"며 두 손을 싹싹 빌며 용서를 구한다. C씨는 남편이 술을 마시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 그 이름은 가족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이라는 울타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지만, 일면에는 가정폭력으로 몸과 마음이 멍들어 함께 있는 것이 두려운 이들이 있다.

충북도 여성1366(여성긴급전화)에 접수된 상담건수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체 5천918건 가운데 가정폭력이 2천171건(36%)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들어서도 전체 1천804건 가운데 가정폭력이 1월 168건, 2월 97건, 3월 220건, 4월 140건 등 모두 625건(34%)을 차지했다.

외국인 여성의 가정폭력 상담도 2006년에는 155건, 2007년 4월 현재 20건이나 된 것으로 집계됐다.

가정폭력은 반복적, 의도적, 장기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최근에는 가정폭력이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언어적,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등 갈수록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도여성1366 고경숙 팀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가정폭력의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며 "남편에 의한 아내 폭력이 대부분이며,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게 가정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고 팀장은 "예전에는 모든 게 가족 중심이었는데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우리'가 없어지고 '나' 중심으로 바뀌어 가족의 의미가 퇴색됐고, 남자들이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장 편한 대상인 가족 구성원에게 풀면서 가정폭력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며 "가정폭력을 한 가정의 문제로 치부해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데 국가에서 개입해야할 사회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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