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전체 폭력중 가정폭력이 34% 차지
# 6살 된 딸을 데리고 재혼한 B씨는 남편으로부터 10년간 상습적으로 매를 맞으며 살아왔다. 직업이 없던 남편은 아내가 일하러 나간 틈을 타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해왔다. 이유는 "늦게 들어온다", "말 대꾸를 한다", "참견한다" 등이었다. 가정폭력에 의한 정신적 충격(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으로 딸은 2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B씨는 "남편 발소리만 들어도 무섭고 전화 벨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린다"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 알콜중독자인 남편은 술만 마시면 360도 돌변해 사실혼 관계인 C씨에게 주먹을 휘둘러왔다. 평소에는 잘 해주다가도 술만 마시면 끝은 항상 폭력이다. 그러다 술이 깨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소로 돌아와 "다시는 안 그러겠다. 잘못했다. 미안하다"며 두 손을 싹싹 빌며 용서를 구한다. C씨는 남편이 술을 마시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존재 그 이름은 가족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이라는 울타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지만, 일면에는 가정폭력으로 몸과 마음이 멍들어 함께 있는 것이 두려운 이들이 있다.
충북도 여성1366(여성긴급전화)에 접수된 상담건수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체 5천918건 가운데 가정폭력이 2천171건(36%)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들어서도 전체 1천804건 가운데 가정폭력이 1월 168건, 2월 97건, 3월 220건, 4월 140건 등 모두 625건(34%)을 차지했다.
외국인 여성의 가정폭력 상담도 2006년에는 155건, 2007년 4월 현재 20건이나 된 것으로 집계됐다.
가정폭력은 반복적, 의도적, 장기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최근에는 가정폭력이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언어적,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 등 갈수록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도여성1366 고경숙 팀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가정폭력의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며 "남편에 의한 아내 폭력이 대부분이며,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게 가정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고 팀장은 "예전에는 모든 게 가족 중심이었는데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우리'가 없어지고 '나' 중심으로 바뀌어 가족의 의미가 퇴색됐고, 남자들이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장 편한 대상인 가족 구성원에게 풀면서 가정폭력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며 "가정폭력을 한 가정의 문제로 치부해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데 국가에서 개입해야할 사회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김미정 기자
mjkim@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