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입시환경이 빚은 청소년 문화

몇년전 도입된 '발신자번호표시 서비스'(CID) 제도가 한국인 전화언어 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왔다. 이 제도가 실시되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 OOO입니다"라는 식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응! OOO야. 무슨 일이 있니" 식으로 휴대폰을 받고 있다. <본보 2006년 5월 9일자> 휴대폰 문자메시지도 이에 버금가는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 89년 국내 모 회사가 이를 처음 개발한 후 채 10년도 안돼 '모바일 라이프'의 황제 자리를 넘보고 있다. 전화의 본래 기능이 말로 소통하는 것임에도 불구, 지금의 청소년들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리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목소리'보다 '손가락 대화'가 더 선호되면서 의사표현 문화가 종전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 싣는 순서
1. 이용 실태
2. 급증하는 이유
3. 문제점은 없나
■'따르릉!' 음성통화는 바로 자기노출= 문자메시지에 대한 사회학적인 분석은 아직 나와있지 않다. 다만 일부 국어학자들은 이의 원인으로 ▶문자메시지의 반즉시성 ▶정보 보관력 ▶경제적인 면 등을 꼽고 있다.

한국교원대 성낙수(국어교육과) 교수는 "음성으로 걸려온 전화는 시쳇말로 시도 때도 없이 울리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가 바로 노출된다"며 "그러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무성(無聲)이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 보관력에 대해서는 "음성통화는 그것을 상기하려면 통화가 끝난 후 기억력을 되살려야 한다"며 "그러나 문자메시지는 주고 받은 내용이 일정기간 보관되기 때문에 기억력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청소년층은 부모에 의존하기 때문에 당연히 경제적인 압박을 받는다"며 "그러나 문자메시지의 경우 한번에 친구 수십명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경제적 압박감을 덜어준다"고 말했다.

■'無聲'과 손가락 대화는 닮은꼴= 성 교수는 청소년들 사이에 문자메시지 이용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은밀성과 이모티콘의 풍부한 감정 표현력을 꼽았다.

그는 "지금의 청소년들은 컴퓨터 문화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사교성이 떨어지고 또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강하다"며 "무성이면서, 그리고 남의 눈에 잘 노출되지 않는 문자메시지는 지금 청소년 개인주의 성향과 문화적인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언급한 문자메시지의 반즉시성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는 이모티콘에 대해서는 "문자는 일종의 활자이기 때문에 그 속성은 차갑고 논리성을 동반한다"며 "그러나 이모티콘의 각종 부호가 다양한 감성을 만들어내면서 문자메시지가 따뜻한 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모티콘은 자판의 각종 부호를 이용, 감정표현을 하는 경우로 'ㅠㅠ'(눈물흘리는 표정), '-_-::'(토라진 표정), '∧∧;'(웃는 표정), '∧∧;:'(토라진 표정), '*∧∧*' 등이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되고 있다.

■저층에는 빡빡한 입시환경= 성 교수는 그러나 "위의 언급은 지금의 현상을 낱개식으로 나열한 것으로, 맨밑에는 현재의 교육환경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말했다.

그는 "지금의 청소년층은 아침부터 밤늦도록 학교와 학원을 숨가쁘게 옮겨다녀야 한다"며 "이런 환경서 친구들과 부담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은 문자 메시지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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