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소학교 학생 22명 부모·친지와 '눈물의 상봉'

"어디보자 많이 컸구나. 엄마 보고 싶었어."

24일 청주 용성초에서는 중국 헤이룽장성 영안시 조선족소학교 학생 22명이 오랫동안 헤어졌던 부모 및 친지들과 만나는 눈물의 상봉이 있었다.

▲ 눈물만…청주 용성초등학교 강당에서 24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닝안(寧安)시 조선족소학교 학생 21명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국내에 들어와 억척스럽게 살고 있는 부모와 친지들을 만나는 뜻 깊은 상봉행사가 열려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 노승혁
이날 상봉은 용성초와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 헤이룽장성 영안시 조선족학교가 교류활동을 위해 지난 19일부터 11일간의 일정으로 청주를 방문하면서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부모나 친지가 있는 학생 중심으로 선발하면서 이루어지게 됐다.

청주에 온 교류방문 학생 22명 중 21명의 부모나 친인척은 가족 부양을 위해 고국의 산업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있는 조선족 취업자들로 자녀들과 3년에서 길게는 9년동안 헤어지는 등 오랜 시간을 떨어져 살다가 그리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꿈에도 그리던 자녀들을 만난 부모들은 자녀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보고 싶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꼭끌어 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울산에서 살고 있는 고광휘(35)·오순화(35)씨 부부는 7년 전 중국에 홀로 놔두고 온 세살배기 혜정(10)양을 만났으나 서로 얼굴도 몰라봐 한동안 얼굴만 보고 눈물만 흘리는 등 보는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또 건축일을 하고 있는 조선족 허영남(39)씨는 "호일(11)이가 걸음배울때인 두살때 보고 9년만에 만났다"며 그동안 화상채팅을 통해 아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봤으나 이날 부쩍 성장한 아들을 직접 보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윤상철(37)씨도 "5년만에 만나는 아들 윤국(10)이의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만나서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며 "비용때문에 그동안 만나지 못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선족소학교 학생들은 이날부터 29일 중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5박6일 동안 부모 친지들과 함께 지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 꽃을 피우며 혈육의 정을 느끼게 된다.

임영호 용성초 교장은 "조선족소학교 학생들이 부모를 애타게 그리는 마음을 알고 국내에 취업해 있는 부모와의 만남을 주선하게 됐다"면서 "오랫동안 헤어져 살던 가족을 만날 수 있게된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이기용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관계자, 홈스테이 가정 학생 및 학부모 등 300여명이 참석, 만남을 축하했고 용성초 학생들의 태권도 시범과 재즈댄스, 바이올린 중주 등 식후행사를 함께 관람한 뒤 급식실에서 단란하게 점심식사를 하며 교류의 정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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