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만도 못한 부인?

『내 남편을 처벌해주세요』『60평생을 맞고 살았습니다』.

지난달 청주서부서에는 결혼생활 60여년동안 의처증을 앓는 남편으로부터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해온 박모할머니(73)가 더이상 참고 살수 없다며 80대 남편을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이 접수됐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청주서부경찰서는 이 가정폭력을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시켰으며 현재 박모할머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펴낸 2천년판 사법연감을 보면 지난 98년 7월 가정폭력범죄처벌 특별법이 시행된 후 98년 7∼12월까지 6백43건이던 가정보호사건이 99년 상반기 1천3백56건, 하반기 2천5백21건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접근제한이나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등 가정보호처분을 받은 배우자가 6개월마다 곱절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법시행후 배우자의 폭력적 행동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이 통계치는 『내 마누라 내 마음대로 하는데 무슨 참견이냐?』 『맞을짓 했으니 맞았겠지』라는 식의 잘못된 인식이 그동안 우리사회를 지배해 왔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얼마전 청주서부경찰서 형사계에서도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40대 남자가 술에 취해 자신의 부인을 마구 때려 얼굴등에 피멍을 들게 해 가정폭력건으로 경찰에 붙잡혀 왔던 것.

이 남자를 조사하던 형사가 물었다.
『어떻게 부인을 폭행했나?』.
『파리채로 때렸다』.
『부인이 파리만도 못하나요?』

가정폭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편의 희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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