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미국 태도에 대한 불만·비판"

김대중대통령이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반미감정의 확산에 대해 잇따라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도 2일 공식적으로 사회일각의 반미분위기와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김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후 노근리 학살사건, 매향리 사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개정등과 맞물려 주한미군 철수 주장등 반미감정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주한미군은 통일후에도 주둔해야 한다』며 미군주둔에 대한 지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현재 미국에 대한 한국민의 정서는 반미가 아니라 이와관련된 미국의 태도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라고 국민들의 대미정서를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반미감정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특히 SOFA개정협상 시작에 즈음해 반미분위기의 확산 가능성이 비쳐지자 1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미국을 비판할 수는 있으나 반미감정은 잘못이며 반미감정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며 반미감정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준영청와대대변인은 2일 공식브리핑을 통해 『돌발적인 반미구호는 6.25전쟁극복, 경제도약, 외환위기 극복과정등에서의 미국과 미군의 지원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반미(反美)와 비미(批美)는 구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대변인은 또 『미국은 경제개발 단계에서 30년간 시장의 문호를 개방해줘 섬유나 신발등 경공업이 일어서는 계기가 됐으며 98년 외환위기 때도 적극적인 도움을 줬다』며 『우리 경제의 30_40%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출발하고 있고 남북관계, 국제문제등에서도 절대적인 우군』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대변인은 미군기지 철수후 경제·외교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필리핀의 예를 들며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 순수한 동기에 의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반미감정에 대한 우려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은 무엇보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국내경제, 정치안보등 국정의 전분야에서 미국이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현실에서 반미감정이 지나칠 경우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정가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입장이 득세를 할 가능성이 높으며 대북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강성을 견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집권가능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장 2일부터 시작된 SOFA개정협상에 있어서도 우리사회 분위기가 극단적인 반미로 치달을 경우 협상에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충분히 감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반미감정 확산에 대한 우려와는 관계없이 주한미군의 재판관할권, 환경·노무분야등 SOFA조항중 불평등한 부분에 대한 우리의 주장은 전혀 변화가 없으며 이를 관철시키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다.

따라서 이와같은 청와대측의 반미자제 호소는 현단계의 반미감정에 대한 우려라기보다는 앞으로 반미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예방의 의미가 강하며 미국측에 현재 우리국민이 갖고 있는 대미정서를 정확하고 심도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
즉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미국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미국에 대한 우호입장을 강조할 만큼 우리사회의 대미감정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을 미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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