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식 학예관 '농경문화와 유목성' 청주博 특강

우리나라는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이동과 시간성을 중시하는 유목문화도 상당히 혼재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 유목문화는 단점보다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계승·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국립청주박물관(관장 민병훈)은 지난 18일 장장식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을 초청, '정착 농경문화에 스며든 유목성' 제목의 특강시간을 가졌다.

▲ 몽골인들은 초지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었다. 관조스님 몽골유작 사진이다.
이날 특강은 청주박물관이 9월 30일까지 계획하고 있는 '관조스님 유작전-몽골초원과 유목민의 삶' 기획전을 보완·입체화하는 의미에서 열렸다.

장 학예관에 따르면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는 상하 신분질서가 뚜렷한 위계성,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정주성, 땅을 중시하는 공간성 등의 농경문화 요소를 갖고 있다.

이에비해 유목문화는 개인 능력이 중시되는 수평적 위상성, 초지를 찾아 끊이없이 움직이는 이동성, 공간대신 속도가 중시되는 시간성 등의 문화인자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장 학예관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유목문화 요소도 매우 많이 유입, 지금도 일상생활 문화 유전자로 작용하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유목문화 요소로 ▶술잔 돌리기 ▶魂문화 거부감 ▶관광버스 막춤 ▶바둑·양궁의 세계 석권 ▶빨리빨리 문화 ▶휴대폰 시장 초고속 성장 ▶고스톱 문화 등을 들었다.

장 학예관은 "우리나라 술문화는 자배(自杯)이면서 중국, 일본과 달리 순배(巡杯·술잔 돌리기) 요소도 지니고 있다"면서 "이중 순배는 유목문화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몽골인들은 자주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사람 수만큼 잔을 갖고 다니는 것은 불편 그 자체였다. 따라서 지금도 잔 하나로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술을 마시는 순배 풍습이 잔존하고 있다.

그는 魂문화 거부감 현상에 대해 언급, "우리나라는 효문화를 중시 여기면서도 정작 타인 주검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을 보인다"며 "이는 지금도 효와 유목문화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몽골인들은 지금도 혼(魂)을 기피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주검을 안치하고 돌아갈 때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또 혼이 따라 올 것을 염려해 왔던 길이 아닌 딴 길로 돌아오고 있다.

관광버스 막춤에서도 유목문화 유전인자가 읽혀지고 있다.

그는 "몽골인들은 말위의 생활이 많았기 때문에 그 율동도 어깨춤이 발생했다"며 "좁은 공간에서 어깨를 들먹이며 추는 관광버스 막춤이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인들이 세계 바둑계를 석권하고 있는 이유도 유목문화와 깊은 상관성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장기나 체스는 병졸의 전투력에 관계없이 최종적으로 왕(王)을 죽어야 승리한다.

이에 비해 바둑은 흑·백으로 나뉘어져 있을 뿐 개개의 흑백 돌들이 수평적으로 얽히면서 승부를 가름하고 있다. <지면 관계상 나머지 상세 내용은 표참조>장 학예관은 결론으로 "지금 세계 석학들은 속도감으로 대표되는 신유목민 문화를 예찬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몽골 명장 톤유쿠크 비문에는 '성을 쌓고 사는 사람은 반드시 망한다'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며 "시공간을 0로 만든 인터넷 문화, 0과 1의 조합인 디지털 문화는 우리 민족 체질에 맞는 만큼 이를 발전적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농경 - 유목문화 비교

농경문화유목문화
수직성수평성
위계적위상적
공간 중시속도 중시
정주성이동성

■ 유목문화 유입 요소

술잔 돌리기

농경문화에서는 자기 잔은 자기가 쥐고 마시는 것이 보통이다. 중국과 일본이 그렇다. 그러나 유목문화는 잔을 돌리는 순배가 보편적이다

魂문화 거부감

몽골인들은 혼을 기피 대상으로 여긴다. 따라서 주검을 안치하고 돌아올 때는 뒤를 돌아다보지 않는다. 우리나라 매장시설 기피문화도 이와 관련이 있다.
관광 버스막춤몽골인들은 말위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어깨춤이 발달해 있다. 좁은 공간에서 추는 관광버스 막춤도 이와 유사한 면이 있다.

빨리빨리문화

7,80년대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언어로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게 각인돼 있다. 그러나 빨리빨리는 문화에서는 속도감과 함께 사회 역동성을 읽을 수 있다.
바둑장기나 체스와 달리 바둑에는 왕이 존재하지 않는다. 개개 흑백돌의 유기적인 전투력으로 승부를 가름하고 있다. 몽골군사는 개인 속도감을 중히 여겼다.
고스톱고스톱의 재미, 역동성은 점수가 난 후에도 '고!'를 외치는데 있다. 몽골인은 끊임없이 초지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이동 습성이 있다. 고스톱이 이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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