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까지 스페이스 몸 미술관 1, 2전시장

스페이스몸 미술관은 현대미술에 녹아있는 한국의 정신성, 우리의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대의 미학들을 실제작품을 통해 조망해보는 일환으로 조선시대 청화백자와 김윤수, 김호득, 박기원, 김택상의 현대작가 작품을 제시하면서 그 공통분모로 '최소한의 흔적'을 내세운다.

'최소'라 하면 '미니멀리즘'을 떠올리게 된다.

▲ 왼쪽부터 김윤수, 김호득, 김택상의 작품.
작품에서 현상적인 것들, 즉 모든 문학적 도덕적 관념들과 역사적 이야기들을 제거하고 나아가 자연의 형태를 연상시키는 색채와 형태까지도 제거해 최대의 단순성을 추구하는 것이 미니멀 아트다. 이때 최대의 단순성은 최대의 다수성을 내포하게 된다.

김윤수, 김호득, 박기원, 김택상 이 네사람의 작품은 극도로 단순한 형태를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단순한 형태는 이를 무색하게 하는 어떠한 '흔적'들을 내포하고 있다.

김윤수는 구체적인 사물을 골판지로 감싸는 과정을 통해 물체를 단순화, 무표정화 시키며 새로운 형을 창조해낸다.

김호득은 그린다는 것에 대한 단순한, 그러나 가장 원초적인 물음에서 비롯된 점찍기, 선긋기를 통해 화면을 채운다. 육체로부터 온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 필획들은 오랜 사유와 순간의 과정들을 흔적화시키고 가시화한다.

박기원 회화의 기하학적인 형태들은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무수히 많은 크레용의 흔적들로 이뤄진 것을 볼 수 있다. 이 크레용의 표면은 작가의 손을 통한 몸짓의 연장으로 관람객은 이 차가운 형태에서 하나의 울림을 들을 수 있다.

김택상의 작품은 단순한 색면회화로 볼 수 있지만 퇴적된 시간의 과정을 찾아볼 수 있다. 각각이 색면들은 물감의 흐름을 순간 고정시켜 놓은 것처럼 얼룩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캔버스에 물감이 머문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 네사람의 작품들은 모더니즘 회화의 맥을 이은 듯 최대의 단순성을 보이고 있지만 더 깊게 들어가 볼 때 그 안에 변화무쌍한 물질의 흔적, 신체의 흔적, 시간의 흔적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와 함께 소개되는 조선시대 백자는 미니멀 아트의 단순성 미학을 극명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백자애 배어나온 단순성의 미학은 서구의 미니멀 아트와는 달리 엄격한 비례와 좌우대칭, 매끄러운 표면을 추구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어긋남을 통해 자연스러운 곡선, 자연스러운 미감을 보여준다.

스페이스 몸은 이번 전시로 청화백자와 엄격함, 단순함을 감싸안는 자신만의 흔적들로서 지금 시대의 미학을 대변하고 있는 김윤수, 김호득, 박기원, 김택상 네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서로간의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 이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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