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 논설위원

삼성그룹 창업주인 故 이병철 회장은 1970년대 후반 셋째 아들인 현 이건희 회장을 자신의 후계자로 정한 뒤 경청(傾聽)이라는 휘호(揮毫)를 물려주었다.

이건희 회장은 이때부터 자신의 말을 극도로 아끼고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데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한다.

자연히 인생의 좌우명도 '경청'이 됐고 실제로 그러한 '경청' 자세가 삼성그룹을 일류기업으로 이끈 원천(源泉)이 됐다는 게 삼성 내부의 평가였다.

그런데 얼마 전 이번에는 이건희 회장이 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에게 두 개의 휘호를 건넸다.

하나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경청'이고, 여기에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추가됐다고 한다.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무릇 최고경영자(CEO)란 본능적으로 인재에 대한 욕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회장 역시 회사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면 삼고초려, 아니 그 이상을 해서라도 반드시 인재를 확보하라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인재양성과 영입을 위한 경쟁적 노력은 지구촌 곳곳에서 처절하게 전개되고 있다.

세계적인 갑부 빌 게이츠는 탁월한 경영인이면서도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경영의 귀재(鬼才)였다.

그는 영입한 5%의 뛰어난 인재들이 오늘의 마이크로소프트 제국을 건설했다면서 이들이 잠재능력까지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인재를 영입하는 수준도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대표적인 것이 빌 게이츠의 기술자문을 맡고 있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자인 아눕 굽타의 영입 사례.

전용기까지 보내며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데도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의를 거절하자 빌 게이츠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그가 소속된 회사를 아예 통째로 사들였다.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재계의 총수들도 핵심 인재 글로벌 인재 유치 열기가 뜨거운 것은 마찬가지.

먼저 삼성 이건희 회장은 천재 1명이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임을,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미래지향적 21세기형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본무 LG회장은 모든 임원은 헤드헌터가 될 것을 독려했고, 최태원 SK회장도 기업의 간부들은 인재를 발굴·훈련하는 데 정력의 80%를 쏟으라고 역설하고 있다.

강한 충북을 표방한 충청북도가 2007년 9월 충북인재양성재단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10년 동안 매년 100억 원씩 모두 1천억 원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대단위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경제특별도 건설에 따른 우수인력 양성과 경쟁력 있는 글로벌 인재를 키워 충북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고 교육강도(敎育强道)를 위한 백년지계를 모색하자는 것이 재단법인 충북인재양성재단 설립의 근본취지이다.

인재양성은 지역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는 충북발전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4차선 도로 10km구간을 확포장하려면 12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그러나 도로 10km 확포장 비용도 안 되는 예산으로 설립된 충북인재양성재단을 통해 도민자녀 장학금이 지급되고, 과학과 문화 부문 등의 미래지도자를 양성하고, 대학생 국제교류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통해 배출된 인재들이 대한민국의 동선(動線)을 움직이는 시대가 온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지역발전을 가져다 줄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사업도 필요성(Needs)을 공유하지 못하면 전체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충북도는 시군이 별개의 자치단체가 아닌 동일체라는 일체감을 심어줌과 동시에 시군에서 출연금 35%를 내면 기금의 65%를 더 장학금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충북의 인재양성을 위한 재단 설립에 시군뿐만 아니라 언론과 의회, 도민 모두의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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