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한동안 교육계에 '판'시리즈가 풍미한 적이 있었다.

'교장은 죽을 판, 교감은 살얼음판, 교사는 이판사판, 교실은 난장판, 학부모는 살판, 학생은 개판, 학교는 무너질 판'.

여기에 이제는 교육감 선거까지 가세하니 교육계는 선거판에 교직원들은 줄까지 서야할 판이다.

전문직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옳은데 이러다가 지방청장과 농협본부장까지 직접 선출하는 선거만능주의에 빠져들지 않을 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판을 깨기는 쉬워도 이를 복구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다.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꾸긴 쉬워도 이를 최초의 임명제나 간선제로 다시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전후해 상당수 사람들이 간선제와 임명제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있는 것은 직선제의 폐단이 너무 심각한 탓이다.

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충북교육감 선거도 막을 내렸다.

지방교육자치법이 개정된 이후 과거 학교 운영위원들이 간선제로 뽑던 교육감을 충북도민들이 내손으로 선출했지만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을 주민이 직접 뽑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들도 만만치 않다.

그 첫째는 유권자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이번 선거기간 동안 대다수 유권자들은 대통령 선거에만 관심을 쏟았지 교육감 선거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는 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지역의 한 방송사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6% 이상이 교육감 출마자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대목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다행히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바람에 부산시 교육감 선거에서 나타났던 낮은 투표율은 없었다.

또한 앞으로 치러질 2010년 교육감 선거도 지방자치 선거와 함께 실시될 예정이어서 낮은 투표율의 문제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전문가인 유권자들에게 전문직인 교육감을 선출하도록 하는 것은 아테네의 중우정치를 연상케 할 수 있다.

둘째, 과다한 선거비용 문제다.

간선제로 교육감 선거를 치를 때 후보들은 1인당 1천여만 원 정도만 있으면 선거자금 충당이 가능했다.

그러나 현행 교육감 선거의 법정비용은 11억7천500만원이나 된다. 여기에 기탁금 5천만원을 더하면 12억 원이 넘는다.

외길 교단에만 섰던 교육자들이 월급을 절약해 평생동안 저축을 하더라도 2~3억 원의 재산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후보라면 법정 선거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게다가 유효득표 15% 이상이면 사용한 법정 선거비용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선거판에는 비정상적으로 쓰이는 돈들도 많다.

결국 이익집단들로부터 편법으로 조달한 후보자들의 엄청난 선거비용은 부메랑이 되어 유권자들에게 되돌아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셋째, 교육감 직선제에 따른 선거비용 부담이 도교육청의 예산을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

실제로 도교육청 예산의 90%는 교육공무원들의 인건비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나마 부족한 예산 속에서 학교교육비로 사용하던 시군 교육청 예산 70억 원이 선거관리 비용으로 위탁 사용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교육예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넷째, 직선제로의 전환을 시도했지만 후보 줄서기는 여전히 강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번 선거도 초등과 중등 후보가 대결하여 초중간의 파벌이 생기고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편 가르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지자체 선거를 없애겠다는 어느 군소정당의 대통령 후보 공약을 보며 속이 시원하다는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좋은 교육감 후보를 고르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형의 선거형태라면 더욱 곤란하다.

정치권과 중앙정부는 이 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향후 개선책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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